크래프톤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총 3개년에 걸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시행했다. 지난해까지는 목표치에 근접하는 매입을 이어왔고 올해 역시 소각을 단행하며 계획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크래프톤은 2023년 1679억원 어치의 87만4547주를 매입 후 전량 소각했고 작년에는 1992억원을 들여 79만6150주, 2025년에는 1790억원 규모의 약 97만주를 매입해 물량의 60%를 태웠다.
최근 크래프톤은 대표 IP(지식재산권) 배틀그라운드의 매출 호조로 실적 우상향 국면에 있다. 올해 1~3분기 누적 연결 매출은 2조4069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519억원을 냈다. 영업이익은 창사 후 처음으로 3분기 만에 누적 1조원을 돌파했다. 배그가 인도 시장에서도 흥행을 이어가며 이 같은 성과를 기록했다.
호실적에 주주들은 배당금을 원하고 있지만 크래프톤은 배당 대신 자사주 소각 정책을 유지 중이다. 그럼에도 주가 반응은 예상을 빗겨갔다. 2023년 5월31일 자사주 소각 이후 주가는 한때 소폭 상승했지만 같은 해 6월21일 20만5000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뚜렷한 상승 동력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 5일 24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하고 8일도 종가도 이를 유지했다. 공모가(49만8000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소각 효과가 주가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 큰 문제는 주주환원의 '진정성' 논란이다. 크래프톤은 3개년 계획으로 매입한 자사주 중 지난해와 올해 각각 약 60%만 소각했다. 나머지 40%는 여전히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소각하지 않을 자사주를 굳이 매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배당 부재 역시 비난 수위를 높인다. 크래프톤은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 차례도 현금 배당을 나서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크래프톤 이익잉여금은 5조2896억원에 이른다.
임직원 대상 성과조건부 주식(RSU) 지급 문제가 주주 반발을 키운다. 3개년 주주환원 기간 동안 장병규 의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들이 자사주 형태의 보상을 지속해서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임원 9명이 15억5000만원 상당의 8192주, 지난해엔 장 의장이 223억원 규모의 최대 9만3000주를 부여받았다. 그해 2월 김창한 대표는 151억원가량 최대 9만주, 같은 해 3월 120억원 상당의 최대 5만주, 올해 임직원 155명은 108억원 규모의 2만8817주 등을 확보했다. RSU는 일반적으로 '자사주'로 지급되는데 주가 상승률, 영업이익, 목표 시가총액 달성 등을 충족하면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크래프톤은 주주환원 정책이 장기적인 주가 안정과 투자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자사의 주주환원책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적인 성과를 위한 진정성 있는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비판 수위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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