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산로터리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이 위아래로 설치돼 교통흐름 방해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사진=이채열 기자
부산 연제구 연산로터리에 설치된 대형 옥외 전광판 2개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두 달 사이 위 아래로 설치된 초대형 광고판이 절차적 정당성과 행정의 형평성은 물론 교통안전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시민단체와 업계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첫 전광판은 지난 2월 M건물 외벽에 설치됐다. 가로 9.12m, 세로 15.36m 규모로, 연제구청이 20년 만에 처음 허가한 사례다. A사는 "1년 6개월 심의 끝에 수억원을 투입해 각종 민원과 빛공해 문제를 사전 해결해 겨우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연제구청도 "첫 사례인 만큼 인허가 과정은 신중한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달 후 불과 10m 거리의 D건물에 유사한 전광판이 추가 설치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D건물 최초 신청자인 B사는 '신호등 30m 이내 설치 금지' 규정을 어긴 채 무단 공사를 벌였고 구청으로부터 철거 명령을 받았다. 이후 C사로 사업자가 교체됐고 한 달 만에 재허가가 떨어졌다.

A사는 "(우리는) 수개월에 걸쳐 인허가를 받은 반면 후발 업체는 쉽게 인허가가 승인됐다"며 "형평성과 절차가 모두 무너졌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A사는 연제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며 "유사 전광판 설치는 영업권 침해"라고 밝혔고 관련 심의 과정에 입장을 전달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행정절차법' 제21조(의견청취)에 따라 '중요한 인허가 절차에서는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한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A사 측은 "행정기관이 사업자 간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쟁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A사에는 주민 합의서 제출을 조건으로 내건 반면 D사에는 이와 유사한 조건이 부과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법률 전문가는 "이중잣대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위반 가능성을 포함한다"며 "공공기관 역시 시장에서의 공정 경쟁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연제구청은 심의에 대한 형평성에 대해 "(D사가 설치한 전광판의) 해당 위치는 민원이 없고 빛공해 우려도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 교체에도 심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서도 "기존 B사·C사가 동일한 인물이 대표로 있어 실질적 연속성 있는 사업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구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법령상 사업자 변경에 따른 신규 심의 의무와 배치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행정절차뿐만이 아니다. 대형 전광판이 시야 혼란과 교통 안전에도 위협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수만 대 차량이 오가는 연산로터리에서 상하로 배치된 광고 영상이 신호등과 혼선을 일으킨다는 민원이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운전 중 시각 공해"라는 불만을 토론했다.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신호등과 영상광고가 겹쳐 보여 순간적으로 혼란이 온다"며 사고 위험을 호소했고 시민 B씨는 "운전 중 휴대폰도 금지인데 눈앞에서 화려한 광고가 쏟아지니 시각 공해 수준"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실제로 전광판에서 적색·청색·황색 영상이 반복될 경우 신호등과 착시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논란이 커지자 연제구청은 "행안부 등 중앙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법령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공정거래법과 행정절차법 위반 소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부산지역 한 시민단체는 "이미 무단 공사, 주민 민원 무시, 기준 불일치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한 만큼 부산시나 감사원이 직접 나서 이 전광판 허가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