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과열 현상이 심화되면서 오는 8월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강남권 아파트 일대. /사진=뉴스1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와 불안 심리가 확산하며 서울 부동산 과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연 환산 기준 10%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8일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가 한은의 금리 인하 기조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올해 8월과 11월, 내년 2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하면서 연 1.75%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주택가격이 지속 상승할 경우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은 8월에서 10월로 늦춰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금융안정 관점에서 현재의 집값 상승세를 한은이 용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한은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 연일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제75주년 기념식에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 기준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주택가격 상승 등 코로나19 때의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며 "서울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원들은 이날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연 0.25%포인트 낮춘 2.50%로 결정했다.
한은 금통위원들의 직전 회의 의사록에는 향후 집값·가계대출, 환율 등 금융·외환 상황을 고려해 추가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공통 의견이 담겼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매수심리 4년 만 최고치… 가계대출도 증가세
한국부동산원의 이달 둘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26% 올랐다. 이는 지난해 8월 넷째 주 이후 40주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지난달 첫째 주 0.08%에서 둘째 주 0.10%, 셋째 주 0.13%, 넷째 주 0.16%를 기록했고 이달 첫째 주에도 0.19%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 10% 넘게 뛰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씨티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의 최근 4주 이동평균치는 0.185%로, 연간 기준으로 10.2%에 달한다.

매수 심리도 회복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서울 매수우위지수(전체 주택 기준)는 82.98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부동산 급등기인 2021년 10월 셋째 주(86.07)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치다. 매수우위지수는 주택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의 비중을 측정한 지수로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2일 기준 750조792억원으로 전월(748조812억원) 대비 2조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포함)은 595조1415억원으로 한 달 새 1조4799억원 증가했다.
현재 서울 집값 상황이 금리 인하 속도에 영향을 줄 수준으로 과열돼 '금리 동결'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 8월 인하 신중론 고조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는 8월 추가 금리 인하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서울 집값 상황이 금리 인하 속도에 영향을 줄 수준으로 과열돼 '금리 동결'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에도 가계부채 급증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10월에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 랩장은 "8월 금리 인하설이 유력하지만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이 모두 급등하고 있어 정상 흐름으로 보기 어렵다"며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와 내수 경기 전반을 고려하겠지만 가계대출과 주담대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도 "경기 부진 등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하가 한 번 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최근 서울 주택시장이 많이 과열돼 금리 동결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되더라도 시장 안정을 지속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어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경계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수요자에 선반영돼 있어 인하 결정이 예상대로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7월에도 과열 흐름이 계속될 경우 정책 결정에 매우 민감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앞선 금리 인하가 시장 과열에 불을 지핀 만큼 당분간은 신중하게 결정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