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의 5차 전원회의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를 두고 노사가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업종별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다르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4조는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 해인 1988년에만 업종별 차등적용을 한 차례 시행했고 1989년부터 지금까지는 업종 구분 없이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해 왔다.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업종별로 상이한 경영 여건과 지불 여력을 반영할 수 있는 구분 적용은 여전히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수준을 감내하기 힘든 일부 업종에 대해 구분적용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가 차등적용의 근거로 내세우는 지표는 '최저임금 미만율'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경총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57만7000명 수준이던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 수는 지난해 276만1000명으로 378.5% 증가했으며 최저임금 미만율은 2001년(4.3%)의 약 3배 수준인 12.5%로 늘었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업종·규모별로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숙박·음식점업은 33.9%, 농림어업은 32.8%인 반면 전문·과학·기술업 2.4%, 수도·하수·폐기업 1.8%로 주요 업종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는 최대 32.1%포인트에 달했다. 또한 300인 이상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5%인데 비해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9.7%로 차이가 컸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업종과 규모별로 차등적용하면 미만율이 높은 사업장의 사용자가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어 근로자들의 고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차등적용이 최저임금제도 취지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최저임금제는 1988년 노동 취약계층의 최소 생계가 가능하도록 하한선을 설정해 노동력의 질적 저하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이 같은 제도 취지를 고려할때 특적 업종의 임금을 다르게 지급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도입될 경우 특정 산업군에 대한 '저임금 업종' 낙인이 찍힐 우려가 크다는 점도 반대의 이유다.
노동계는 무엇보다 경영계의 최저임금 도입 주장이 '하향식'을 지향한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할 땐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게 설정하도록 권고한다.
이에 따라 국가최저임금제와 업종·지역별 차등적용을 병행하는 국가는 대체로 국가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가운데 업종별로 구분 적용 중인 나라는 독일·벨기에·스위스·아일랜드·일본·호주 등 6개국이며 모두 ILO 가이드라인을 따라 상향식 구분적용을 시행 중이다.
노동계를 대변하는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경영계의 하향식 차등 적용 주장은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그 어떤 노동자도, 헌법이 보장한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업종별 차등지급 문제는 또 다시 표결로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 끝에 해당 안건이 표결에 부쳐져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최종 부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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