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노조 임단협 요구안과 트럼프 관세 리스크 등 혹독한 여름에 직면했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에 혹독한 여름이 찾아왔다. 역대급 요구안을 들고 나온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 돌입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에 관세 리스크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에 들어간다. 지난해 상견례 시점(5월23일)과 비교하면 한 달 정도 늦었다.


첫 만남이 한 달 정도 늦은 만큼 현대차 노조는 역대급 성과급 요구 등을 들고 나와 회사와 대립각을 세울 기세다. 노조는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6년 연속 무분규 타결도 깰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올해 현대차 노조가 들고 나온 주요 요구안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지급 ▲통상임금에 각종 수당 포함 ▲정년 만 64세 연장 ▲주 4.5일제(임금 삭감 없는 금요일 4시간 단축 근무) 등이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성사시켰지만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는 관측이다.


내수 부진과 트럼프의 관세 리스크, 중국 업체의 급성장 등 현대차가 처한 녹록치 않은 대내외 환경은 최대 수십조원의 비용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 노조는 이 같은 대내외 악재가 가득한 상황에서 어느 해보다 강경한 기조로 파업 뇌관이 가득한 요구안을 들고 나와 현대차를 압박하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 현대차 노조 요구안이 선을 넘었다는 얘기가 들리는 등 노사 협상의 험로가 예상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가격 인상 임박… 해답 없는 관세 리스크
트럼프의 관세 리스크 역시 답보 상태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25%) 시행이 4개월을 향해가면서 최대 3개월치의 재고가 떨어져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4월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당분간 가격 인상은 없다고 시장 우려를 잠재웠지만 재고가 모두 소진돼 한계에 직면해 있다. 무뇨스 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급작스러운 가격 인상은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연간 부담해야 할 관세 규모가 각각 6조·4조원 등 10조원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량 723만대 가운데 124만대는 국내, 나머지 598만대는 해외에서 팔렸다. 해외 판매량의 28.4%인 170만대가 미국에 판매됐다.

미국 판매량 가운데 현지로 수출하는 비중은 65%로 글로벌 경쟁업체인 ▲토요타(51%) ▲GM(46%) ▲혼다(35%) ▲포드(21%)보다 높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비용 상쇄를 위해 그룹 차원의 관세 대응 TFT(태스크포스팀)를 발족했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에 판매되는 현대차 중형 SUV 투싼을 미국 앨라배마 공장으로 이전하고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던 캐나다 판매 물량을 멕시코로 넘기는 등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산 대미 수출 차종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 준공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당초 생산능력이 연간 30만대였지만 이를 50만대로 높이고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6만대)과 기아 조지아 공장(34만)까지 더해 연 최대 120만대까지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미국 판매량(170만대)의 71%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상당 부분 관세 지출 절감이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견줄 수 있는 협상테이블이 갖춰졌다"며 "기업의 자체 대응은 한계가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