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쿠팡만 좋은 일 만드네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결론적으로 골목상권,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대규모유통업법은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대형마트에 이어 식자재마트까지 규제를 확대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한 국내 식자재마트 실태 조사가 마무리돼 조만간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할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강화하다니" "쓸데없는 규제가 만든 문제를 추가 규제로 해결한다는 거냐" "그래도 전통시장은 안 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형마트 규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새정부와 집권 여당은 민생과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정작 민생에도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규제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은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 편의'에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규제가 있었지만 정작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된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대형마트 때문이 아니다. 편리하지도, 저렴하지도 않아서다. 쿠팡이 무료배송을, 대형마트가 무료주차를 제공하는 반면 전통시장은 이 두가지 모두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주차뿐만이 아니다. 카트를 끌고 다니기 어려워 대량 구매도 쉽지 않다. 단지 애향심이나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마음만으로는 시장의 단골이 되기 어렵다. 전국 전통시장 주차 구역을 확대하고 구매 금액에 따른 무료 주차 혜택을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소비자들 또한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원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76.4%가 규제 폐지 또는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형마트가 쉬는 날 전통시장 소비가 오히려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4월 한경협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022년 수도권 1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전통시장에서 소비하는 일평균 금액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일요일)보다 영업하는 일요일에 20만원 더 높게 나타났다. 의무 휴업 실행 초기인 2015년 자료와 비교했을 때, 대형마트 휴업일 전통시장 구매액은 1370만원에서 610만원으로 55% 감소했다.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기보다 오프라인에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을 위한 '일꾼'을 자처한 새정부는 규제를 새로 만들기 전에 소비자 피부에 닿는 혜택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주기를 바란다.
황정원 산업2부 차장 /사진=임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