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 조합원을 비롯한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5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MBK 김병주 회장의 즉각 소환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혜진 기자 /사진=김혜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가운데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입점 점주·고용직원 등 피해자들은 물론 국회까지 김 회장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지만 별다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김병주 회장은 최근 국회를 찾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을 비공개 면담했다. 당초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이 1조원 이상의 사재 출연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MBK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미팅이 있던 것은 맞으나 일부 의원들의 사재 출연 문의나 요구는 없었고, 김 회장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앞서 MBK는 올 3월 입장문을 통해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며 사재 출연을 시사했지면 여전히 규모나 방법, 시기 등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는 김 회장이 1조~3조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해야고 촉구해온 바 있다.

김 회장은 이번 국회 방문에서 홈플러스의 인가 전 M&A 추진 배경과 2조5000억원의 보통주 투자금 무상소각 계획 등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홈플러스에 대한 인가 전 M&A를 진행하면서 2조5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무상소각하기로 한 것을 대주주의 책임있는 자세나 MBK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MBK 측은 이번 보통주 무상소각에 대해 "경영권을 비롯해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아무런 대가 없이 새로운 매수자의 홈플러스 인수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무자회생법 제205조 4항에 따르면 주식회사인 채무자의 이사나 지배인의 중대한 책임이 있는 행위로 인해 회생절차 개시 원인이 발생한 때에는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가 가진 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소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본을 감소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인수 후 기존 지배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배제하고 새 인수주체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법으로 명시된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란 평가다.

특히 홈플러스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1조1500억원과 고금리 차입금 등 약 2조원이 넘는 실질 부채는 여전히 인수 희망자가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피해자들은 김 회장에게 직접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와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액 투자자, 납품업체, 입점 점주, 노동자 모두가 하루하루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며 "검찰은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김병주 회장을 즉각 소환해 불법적 회생 신청, 금융 사기, 자금 유출 혐의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는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근 홈플러스 입점 점주 등 피해자들과 만나 "MBK는 기업 회생 절차 이후에도 책임 있는 경영은커녕, 정산 지연, 자산 매각, 점포 철수 등을 통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점점주와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MBK가 홈플러스를 포기하고 책임을 회피한다면 마땅한 입법이나 행정조치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