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무공해차 보급 사업 관련 예산을 5000억원 넘게 줄이는 내용의 새 정부 추가경정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무공해차 보급사업 예산 4673억원, 충전 인프라 구축 예산 630억원 등 총 5303억원을 깎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업 여건과 집행 가능성을 고려해 관련 예산을 감액 편성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한숨이 가득하다. 감액 대상 사업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선 삭감된 추경 예산이 관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단할 순 없지만 캐즘을 벗어나 반등 기미가 보이던 전기차·수소전기차의 판매량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비관한다. 보조금 등 직접적인 수요 유인책이 줄어들 경우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지갑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판매 자동차 14만1865대 가운데 친환경차가 51.8%(7만3511대)를 차지한다. 전기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보조금 삭감 등이 단행되면 판매량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 라인업에 따라 보조금 지급 규모에 차등이 있지만 전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만한 사안임에는 분명하다"며 "판매량 증가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시장이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고 씁쓸해했다.
신차 효과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의 경우 전작의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현대차가 친환경모빌리티 기술력 집약해 7년 만에 내놓은 최신 모델이다. 주행거리가 720㎞ 달해 수요층을 유입시킬 만한 요소가 가득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고가인 만큼 보조금이 줄어들 경우 판매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
디 올 뉴 넥쏘의 판매가격은 7644만~8345만원이다. 정부 보조금 2250만원과 각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약 700만~1500만원을 모두 지원받으면 약 3900만원대에 살 수 있지만 정부의 관련 예산 삭감에 따라 구매 수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수입차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가의 전기차 라인업이 많아 애초 보조금 적용 범위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 당장 정부의 관련 예산 삭감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시각이지만 전체 시장이 위축되면 예상치 못한 불똥이 튈 여지는 남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정부 예산 삭감의 방향성이 장기적으로 친환경차 R&D(연구개발)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면 선진국과 비교해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며 "판매량 증가 등 국내 친환경차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도 예산 삭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0년 넘게 추진한 구매 보조금 정책만으로 친환경차 판매량이 크게 늘지 못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요인을 고려했을 때 가장 큰 단점은 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부의 예산 축소를 단순히 구매 보조금 축소에 따른 판매량 감소로 결부 짓기 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프라 구축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숨고르기 양상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