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건조 후 인도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이 조선업계의 새 수익원으로 떠오른 컨테이너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탈탄소 규제에 발맞춘 친환경 기술력과 빠르고 정밀한 건조 역량에 기반한 높은 납기 신뢰도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를 중심으로 컨테이너선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54척을 수주하면서 지난해 전체 수주량인 38척을 이미 초과했다. 수주액도 84억2000만달러(약 11조5076억원)로 지난해 65억8000만달러(약 8조9935억원)을 넘어섰다.


이중 HD한국조선해양의 존재감은 단연 두드러진다. 올해에만 44척을 수주해내면서 조선3사 물량의 81%를 차지,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10일에는 아시아 선사로부터 1만59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 8척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총 계약 금액은 약 2조4000억원 규모다.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해 2028년 하반기까지 선주사에 순차적으로 인도할 계획이다.

국제 사회의 탄소 중립 규제가 강화되면서 HD한국조선해양의 친환경 기술력이 한층 더 주목 받았다. 세계해사기구(IMO)는 203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배출량의 8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초과 배출량만큼 벌금이 부과된다. 규제 시기 임박으로 선박 교체 수요가 늘면서 친환경 기술력을 갖춘 HD한국조선해양을 찾는 회사가 늘고 있단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수주한 컨테이너 44척 중 약 60%인 26척이 LNG 이중연료 추진 사양이다. 전통적인 선박용 연료인 중유뿐 아니라 LNG·암모니아·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해당 연료들은 기존 중유 대비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분류된다.


친환경 기술을 다각화하려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최초로 풍력을 이용해 선박을 움직이는 친환경 장치 '윙세일' 개발에 성공했다. 항공기 날개와 유사한 구조를 지닌 윙세일은 바람에 의해 발생하는 양력을 이용한 풍력 보조 추진 시스템이다. 선박의 온실가스 집약도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관심을 얻고 있다. 올해 하반기 실제 해상에서의 성능 검증이 이뤄질 예정이며, 추후 컨테이너선에도 적용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납기 신뢰도가 높은 덕에 선주들과의 계약 시 가격 협상력도 우수하다. 축적된 기술력과 풍부한 건조 경험 등이 맞물리면서 고객사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1만59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 단가는 2억2100만달러(약 3006억원)로 클락슨리서치에서 6월 발표한 1만5000~1만65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의 평균 단가보다 약 250억원 비싸다.

국내 대형 조선소 인프라를 기반으로 탄탄한 생산 역량도 확보했다. 국내에선 울산과 전남 영암 등에 자리한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가 이뤄진다. 특히 울산 조선소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스마트 공정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미국 현지 조선사와의 협력해 글로벌 생산 거점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상선 건조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현지에서 2028년까지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 기조에 따라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등을 세계 최초로 수주하는 등 해당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