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직원이 '코퍼 포스트' 기술을 적용한 RF-SiP 기판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은 모바일용 고부가 반도체 기판에 적용되는 '코퍼 포스트(구리 기둥)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 제품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반도체 기판과 메인보드 연결 시 구리 기둥을 활용하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기존 방식 대비 더 많은 회로를 반도체 기판에 배치할 수 있으며, 반도체 패키지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다. 모바일 제품의 슬림화 및 고사양화에 최적화됐다.


반도체 기판은 반도체 칩, 전력 증폭기, 필터 등 전자부품을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제품이다. 납땜용 구슬인 솔더볼을 기반으로 메인보드와 연결돼 전기신호를 주고받는다. 솔더볼을 촘촘히 배열할수록 더 많은 회로를 연결할 수 있으며, 이는 스마트폰 성능 향상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기존에는 반도체 기판에 솔더볼을 직접 부착해 메인보드와 연결했다. 안정적인 접합을 위해선 큰 솔더볼 크기가 요구됐고, 구 모양 구조로 인해 넓은 공간 역시 필요했다. 간격이 좁을 경우엔 납땜 과정에서 녹은 솔더볼이 서로 달라붙는 현상이 발생했다.

LG이노텍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 반도체 기판에 솔더볼을 직접 연결하지 않고, '코퍼 포스트' 기술로 구리 기둥을 먼저 세운 뒤 그 위에 솔더볼을 작게 얹었다.


구리로 기둥을 세우는 것은 업계에서 고난도 기술로 알려져 있다. LG이노텍은 디지털 트윈 기반의 3D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극 활용해 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동시에 향상시켰다.

LG이노텍은 이 기술을 통해 솔더볼 간격을 기존 대비 약 20% 가까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둥 구조로 솔더볼의 면적과 크기를 최소화했으며, 녹는점이 높은 구리를 사용해 고온 공정에서도 기둥 형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더욱 촘촘한 배열 설계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일한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크기는 최대 20%가량 작은 반도체 기판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설계 자유도를 높이고 디자인 슬림화가 가능하다. AI 연산 등 스마트폰의 고사양 기능에도 최적화됐다. 같은 크기의 반도체 기판이라면 기존 대비 더 많은 솔더볼을 배치하고 기판 회로 수를 늘릴 수 있다. 회로 밀도를 높인 고성능 반도체 기판 설계가 가능한 이유다.

스마트폰 발열 또한 개선할 수 있다. 코퍼 포스트에 사용된 구리는 납 대비 열전도율이 7배 이상 높아 반도체 패키지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방출한다. 열에 의한 칩 성능 저하나 신호 손실 등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LG이노텍은 코퍼 포스트 기술 관련 특허 40여 건을 확보하게 됐다. 모바일용 반도체 기판인 RF-SiP 기판, FC -CSP 기판 등에도 기술을 적용해 시장 우위를 강화할 방침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단순한 부품 공급 목적이 아닌 고객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한 깊은 고민에서 나온 기술"이라며 "혁신 제품으로 기판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차별적 고객가치를 지속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