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간병보험금 청구 현황을 면밀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최근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사진=삼성화재
#. 대형 손해보험사 A사는 올해 5월 전속 설계사 B씨를 간병인보험사기 혐의로 해촉했다. 지난해 12월 8살 아들 명의로 간병인보험에 가입한 B씨. 그는 가입 후 한 달 뒤 자녀가 독감으로 입원하자 간병인을 사용하지도 않고 사용한 것처럼 꾸며 보험금 20만원을 편취했다. 이후 비슷한 수법으로 직계가족, 친구까지 끌어들였다가 덜미를 잡힌 것이다.

최근 보험설계사가 가담한 간병인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일부 대형 손보사들이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KB손보, 현대해상, 롯데손보 등 5개사는 간병인보험 판매 실적이 있는 전속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보험금 청구 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간병보험금 청구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가운데 전속 설계사의 청구 금액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 간병인 실제 사용 여부 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2~3개월 동안 보험금 청구건수가 급격히 증가한 전속 설계사에 대해선 대면 조사도 진행 중이다.


현행법상 손보사들은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전속 설계사에 대해선 설계사 동의하에 대면조사를 진행 할 수 있다.

하지만 GA(법인보험대리점)에 대해선 경찰과 공동으로 조사해야 한다. 또한 보험사가 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도 경찰과 동행 없이 불가능하다.

간병인보험은 입원으로 인해 간병인을 고용했을 때 드는 비용을 1일 단위로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또 간병인보험에 포함된 요양병원 입원일당은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1일 5만원, 9만원을 보장한다.

대다수 보험사는 180일 기간 안에서 보장하지만, 일부 손보사는 181일 이상 보장한다.

손보업계에서는 보험사간 경쟁 과열이 보험사기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화재가 간병인 사용 일당의 하루 보장한도를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인 이후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 롯데손보 등도 같은 금액으로 한도를 높였다.

간병인보험 판매 경쟁으로 보장 한도가 오르자 일각에서 간병인을 불필요하게 고용하거나 허위로 간병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나타났다.

보험사에서 간병인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심사를 하지 않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점을 노린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이에 일부 보험사는 어린이 간병인 사용 일당 담보 손해율이 600%까지 급등하고 성인 간병인 사용 일당 손해율도 300~400%에 달하는 등 손해율이 급속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적 간병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대에 따르면 3조6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사적 간병비는 지난해 11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치매·간병보험 가입자들이 첫 달 낸 보험료 규모는 지난해(1~11월) 883억6606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0%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인과 엄마를 포함해 남자 친구와 남자 친구 엄마까지 가짜 간병인으로 등록을 해가지고 보험금을 부정 수령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허점을 활용해 일부 설계사들이 주변에 권유, 그 피해금액이 늘어나 실태조사에 들어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