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JTBC '사건반장'은 지하철 성추행 누명을 쓰고 2년 가까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남성 A씨의 사연을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3년 3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에서 탑승해 강남역에서 내렸다. 며칠 후 A씨는 경찰로부터 "당신이 지하철 객실 안에서 여성 신체 부위를 3회 정도 움켜쥐는 성추행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연락받았다.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던 A씨는 정식 조사를 받고 기소까지 됐다. 경찰은 "피해자는 피혐의자가 2023년 3월22일 오전 8시25분쯤 강남역에 도착한 외선 열차 4-1칸에서 하차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시간대 CCTV를 분석해 유사한 인상착의를 가진 남성을 확인했고, A씨를 포함한 사진 여러 장을 피해자에게 제시한 결과 A씨가 지목됐다"고 밝혔다. 이후 역삼역 CCTV에서도 피해자가 오전 8시27분쯤 4-1칸에서 하차하는 장면이 포착돼 경찰은 피해자와 A씨가 같은 칸에 탑승한 것으로 판단했다.
억울한 A씨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변호사는 "보고서를 처음 봤을 땐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같은 위치에 서 있다가 한 정거장 차이로 내렸기 때문에 유죄 판결 가능성이 상당히 높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A씨는 재판에서 무죄 판결받았다. 변호사는 "경찰이 확보한 CCTV를 분석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A씨가 있던 곳이 4-1번 칸이 아니었다. 경찰 수사대로 4-1번 칸이라면 그 옆에 3칸짜리 노약자석이 있어야 하는데, 영상에는 5칸 정도의 일반 좌석이 보였다. 이후 승객들이 빠진 다음에 확인해 보니 A씨가 있던 곳은 3-3번 칸이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4-1번 칸에서 성추행당한 후 역삼역에서 내렸는데, A씨는 당시 3-3번 칸에 있어 애초부터 두 사람은 다른 칸에 있었던 셈이다.
또 경찰은 "사건 당시 피해자가 흰색 마스크를 끼고 하의를 덮는 카키색 점퍼를 입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피해자는 하의를 안 덮는 회색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심지어 피해자도 법정에서 "경찰이 제시한 사진 속 피해 여성은 제가 아니다"라고 증언해 검사와 판사 모두 당황케 했다. 결국 A씨는 1년 8개월 만에 무죄 판결받았다.
A씨는 "수사가 엉터리니까 검사가 항소를 포기했다. 경찰은 제게 사과도 하지 않았고 피해 보상도 안 했다"며 "20년 전부터 지병이 있었는데 그 지병 때문에 공황장애가 생겨 치료받는 중 이런 일이 벌어졌다. 아내는 절 믿어줬지만, 이 일만 생각하면 힘들고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A씨 변호사는 "경찰이 CCTV를 보고 3호 차량인지, 4호 차량인지 몰랐을 리가 없는데 그냥 4호 차량이라고 단정 지었다"며 "피해자도 안 보이는데 보인다고 하고 범인을 먼저 지정해 놓고 꿰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하철 수사가 전문인 서울지하철경찰대가 실수로 CCTV를 착각했을 리 없다. 고의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수사 당시 좀 더 면밀히 살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담당 수사관은 당시 상황에 최선을 다해 수사했으나 결과적으로 미진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의도적인 조작은 절대 없었다고 했다.
A씨 측은 당시 수사관을 허위 공문서 작성과 직무 유기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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