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사진=뉴스1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성적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재임 기간 강조한 구조 혁신에 실패한 데 이어 신성장 동력 확보는 오히려 퇴보했단 평가가 나온다. 올해 임기 종료를 앞둔 상황 속 전임 정부 인사로 분류돼 성과 없이 퇴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너지 기업 수장 오른 '철도 전문가'…낙하산 논란에 '시끌'
최 사장을 둘러싼 논란은 2022년 11월 내정 당시부터 시작됐다. 에너지 분야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라는 비판이 강하게 쏟아지면서다. 최 사장은 한국철도대학 총장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을 거친 대표적인 철도통 인사다. 에너지 분야 활동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과 윤석열 캠프에서 탈원전 대책 및 신재생에너지 특별위원장을 맡은 게 전부다. 전임 사장들이 관련 분야 경험을 갖춘 것과 대비됐다.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윤석열 캠프 출신이라는 이력까지 더해지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은 거셌다. 최 사장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에서 19·20대 의원을 지냈으며, 21대 총선 불출마 후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1차 후보자 공모 때는 에너지 이해도가 낮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했으나 2차 공모에서 가스공사 사장에 선임됐다.


우여곡절 끝에 같은 해 12월 부임한 최 사장은 가스공사의 체질 개선을 공언했다. 최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공사의 재무구조 건전화를 위해 치열한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와도 긴밀히 협의해 구조적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약 2년 6개월이 흘렀지만 최 사장의 포부는 실현되지 못했다. 재무구조는 악화됐고, 신사업 역량은 역행했다. 낮은 천연가스(LNG) 원가 보상률로 차입금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현재 가스공사는 공급 원가보다 싸게 도시가스 요금을 받는다. 해당 과정에서 원가 미회수분이 지속 발생하면서 부족한 운영자금이 차입으로 메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가스공사 부채비율은 몇 년째 40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료·공급비 관리 실패로 미수금 증가…구조 혁신 '무산'

2016년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 후보였던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누적된 원가 미회수분은 향후 소비자 요금 등으로 회수되기 때문에 일종의 '미수금' 형태로 인식된다. 가스공사는 공급자가 부담한 원가를 요금으로 전부 회수하도록 설계된 '원가보전형 요금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원가 미회수 누적 구조는 미수금을 계속 쌓이게 한다. 민수용 공급 미수금은 최 사장이 본격 경영에 나선 2023년에 전년 대비 약 51% 는 13조원11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 14조871억원으로 확대됐다.

경쟁 부재로 도입 가격 협상 의지가 낮아 LNG를 비싸게 도입한 것이 미수금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가스공사는 국내 LNG 시장에서 도매사업과 배관 부문을 독점 운영하고 있다. 미수금이 회계장부상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 인식되는 것도 위기의식을 결여시키는 데 한몫했다. 실제 한국의 2023년 톤당 LNG 도입 단가는 주변 국가인 중국(630달러), 대만(632달러), 일본(710달러)보다 높은 817달러였다.


경영방식이 비효율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내 LNG 판매량은 정체된 반면 도매공급비용은 매년 증가해서다. 도매공급비용은 LNG 원료비와 함께 가스요금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다. 도매공급비용이 매년 증가하면서 전체 공급 원가가 높아진 반면 요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미수금이 더 쌓이고 있다. GJ(기가줄)당 도매공급비용은 최근 3년간 도시가스용 기준으로 전년대비 10%대씩 상승해 올해 2272원을 기록했다. 도매공급비용에는 인건비·일반 관리비·기타 경비 등 조정 가능한 비용이 포함된 만큼 구조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장기계약 종료 물량에 대한 대안도 시급하게 마련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카타르·오만과의 장기계약이 끝나면서 올해 평균 요금제 공급용 물량이 540만톤 줄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 가스공사는 소규모 중단기 계약으로 연간 300만톤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현물 시장에서 충당할 계획이지만 이 경우 수입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최 사장은) 재임 기간 미수금 문제를 비롯한 근본적인 경영 쇄신을 이뤄내지 못했다"며 "미래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전략 마련도 부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