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뉴시스)
오랜 시간 국내 LNG(천연가스) 시장을 지배한 한국가스공사가 운영 전반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가격 협상력이 부족한 탓에 비교적 고가의 LNG를 수입해온 데다가 공급 과정에서도 경직된 요금제를 적용해서다. 비효율적인 사업 방식은 가스공사의 재무건전성까지 악화시켰을 뿐 아니라 전기료 인상 등 서민 경제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가스공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LNG를 국내에 도입했다.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EM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LNG 도입단가는 동북아 4개국(한국·중국·일본·대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2년 한국은 유일하게 톤당 1080달러에 LNG를 들여왔으며, 2023년에도 일본(710달러), 대만(630달러)보다 훨씬 높은 81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단가가 630달러대까지 떨어지며 격차가 줄었으나 유럽 LNG 수입량이 19% 감소하는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


민간 직수입사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직수입사의 톤 당 LNG 수입단가는 가스공사보다 저렴했다. 직수입사는 매년 적게는 130달러, 많게는 418달러나 싼값에 LNG를 수입해 왔다. 국내 평균가보다도 매년 100~300달러 낮은 가격에 물량을 확보했다. 일각에선 민간업체가 가격이 낮을 때만 수입하는 '체리피킹' 행태를 문제 삼으나 이는 전기사업법상 불가능하다.

가스공사가 LNG를 비싸게 수입한 데에는 수요 예측을 실패한 영향이 크다.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2년에 660만톤의 천연가스를 전기 생산에 사용하는 것이었고, 가스공사도 수년 전 660만톤의 80%를 장기계약으로 확보했다. 해당 연도에 사용한 천연가스는 예상치보다 1178만톤 많은 1900만톤에 달했다. 부족분 중 400만톤을 비싼 급매물 시장인 '스팟'에서 구매해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다.

가스공사의 평균 요금제도 문제로 지목된다. 현재 가스공사는 개별 도입 계약에 따른 비용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모든 LNG 계약 가격을 평균 내 동일 단가로 발전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단가 물량이 포함될 경우 전체 요금이 함께 올라가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일부 발전사에는 개별요금제가 적용되지만 장기계약을 맺은 발전사들은 평균 요금제 적용을 피할 수 없어 손실이 불가피하다.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독점적 구조 역시 가격 협상력을 떨어뜨린다. 현재 가스공사는 국내 LNG 시장에서 도매사업과 배관 운영을 독점 운영하고 있다. 유일한 도매사업자로서 지역 도시가스 회사에 LNG를 판매하는 동시에 공공재인 가스 배관망의 운영과 관리도 겸업하는 방식이다. 직수입사는 천연가스를 도입할 순 있지만 자가소비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고 판매는 불가하다. 비교·견제가 부재한 현 시장 상황에서 가스공사의 가격 조정력은 시장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전기요금에도 영향을 준다. 고가의 LNG 도입 비용이 전력도매요금(SMP)를 끌어올려 전기료를 상승시키는 것이다. SMP는 발전원 중 가장 비싼 비용을 제시한 발전기의 연료비를 근거로 정해지고 대체로 LNG가 기준이 된다. 지난해 10월 가스공사의 평균요금제 발전단가는 kWh당 130.66원으로 민간직수입사(38.17원) 대비 3.4배나 비쌌다.

가스공사의 재무건전성도 불안정하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402%로 4년째 400%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4분기보다 31%포인트 개선됐으나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미수금은 395억원 늘어난 14조871억원을 기록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민수용 가스를 공급하면서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연료가 비싼 수준인 만큼 공급망 다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개별요금제 등의 대안이 등장하긴 했으나 일부 회사만 이용할 수 있고, 이를 해소할 만한 대안도 나오지 않는 등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