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의 독립 운영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2022년 가덕도 신공항 예정부지. /사진=뉴스1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에어부산의 독립 요구가 거셌지만 최근 들어 잠잠해졌다.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영남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에어부산 독립과 해양수산부 이전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가덕도 신공항 등 선결과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에 독립 항공사보다는 기존대로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출범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최종 인수하면서 산하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의 통합 작업이 예견됐다.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삼은 유일한 지역 항공사로 '가덕도 신공항'의 허브 항공사 역할이 기대됐던 주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이 '진에어' 단일 브랜드로 통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산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2023년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무산되면서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당초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면 대표 관문의 중책을 맡았을 가덕도 신공항은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 공사 기간이 9년8개월로 추산돼 2035년 6월 개항하는 계획이 제시됐다. 당시 정부는 부산 엑스포 개최를 염두에 두고 공사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 2029년 12월 조기 개항을 추진했지만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명분을 잃게 됐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 일대에 건설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7년 내 준공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5월 수주를 포기했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CI 변경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부산시민단체는 가덕도 신공항에 걸맞은 거점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에어부산이 포함된 통합 LCC의 부산 거점을 주장했지만 현실적으로 인천 거점 중심으로 운영될 계획인 만큼 에어부산이 아닌 가덕도 신공항에 맞는 '부산 거점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에어부산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에어부산이 사실상 유일한 지역 항공사이자 가덕도 신공항 활성화의 핵심 주체라는 이유에서다. 한 시민단체는 "지역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존재는 가덕도 신공항 성공의 필수 요건"이라며 "에어부산이 통합돼 부산을 떠나면 안 된다"고 했다.


대한항공 측은 지난 3월 신규 CI(기업 이미지) 발표 자리에서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 가능성에 대해 "크게 생각한 적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원태 한진 그룹 회장은 "에어부산이 부산에서 해 온 역할 이상으로 진에어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항공업계는 LCC 3사의 본사 기능과 노선을 진에어 중심으로 통합하는 방향으로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부산시 측은 부산 허브로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으나 에어부산 독립 운영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에어부산 대신할 '부산 지역 거점 항공사' 탄생할까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부산 남구 부경대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는 지난달 가덕도 신공항을 2032년 완공 목표로 정상 추진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사 기간은 84개월(7년)로 설정됐다. 지난 25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오랫동안 기획하고 집행한 사안"이라며 "지연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서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 일각에선 가덕도 신공항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 지역 항공사 설립 논의도 수면 위로 다시 오르고 있다.

김광일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을 모항으로 하는 자체 항공사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가덕도 신공항을 허브로 사용하는 항공사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덕도 공항에서 해외 항공사를 포함한 다양한 항공사가 허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항 자체에서 항공사에 이착륙비 할인 등 프로모션을 제공해 편리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지역 항공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에어부산이 인수합병 되기 전에는 탑승객이 적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김포 노선에 항공기를 투입했지만 합병 이후 상업적 분위기로 변했다"며 "지역 출신으로 채워진 지역 항공사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덕도 신공항과는 별개로 지역민의 교통 접근성 등을 위해 지역 항공사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의 기대 효과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가덕도 신공항이 생기면 해외 관광객이 늘어나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부산, 호남, 충주 등 지역 공항을 추가로 만들어 인구를 분산시켜 나라 전체가 잘 살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항공업계 역시 해외 영업을 키워 해외 관광객 유치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