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더핑크퐁컴퍼니가 공모가를 결정하는 수요예측 마지막 날 투자자 의구심을 부르는 대목을 해명했다. 사진은 기업설명회에 나선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사진=안효건 기자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더핑크퐁컴퍼니가 공모가를 결정하는 수요예측 마지막 날(3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투자자 의구심을 낳는 대목을 해명했다. 1차 상장 시도 실패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지 못한 행보와 공모가 고평가 위험 등에 대한 설명이다.


더핑크퐁컴퍼니는 2019년 주관사단을 선정해 상장을 추진했다가 실패하고 이번이 재도전이다. 그간 실적 곡선은 상장을 앞둘 때 튀는 모습이었다. 더핑크퐁컴퍼니 영업익은 2018년 74억원에서 2019년 311억원으로 급등했다. 상장을 포기한 이후에는 2020년 214억원에서 2023년 39억원으로 꾸준히 악화했다. 1차 상장에 성공했다면 주주들 손실이 불가피했던 셈이다.

회사 영업익은 상장 재추진을 앞뒀던 지난해 다시 188억원으로 뛰었다. 이후는 아직 안갯속이다. 최정호 더핑크퐁컴퍼니 재무이사(CFO)는 이날 "올해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 같고 내년 실적은 확실히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1차 상장 시도 이후 더핑크퐁컴퍼니에는 중국 공략 실패라는 악재가 있었다. 중국 홈스쿨링 시장 진출을 노렸던 상해 자회사는 서류상 존재하는 수준으로 위축했다. 중국 완구 공략을 위해 세웠던 홍콩 자회사는 100달러(약 14만원)에 매각했다. 중국 한한령과 사교육 금지 조치 여파다.

이날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는 "지난 경험으로 완구 제조업 성장성과 수익성이 좋지 않고 중국 관련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는 자회사 설립 등 직접 투자보다는 믿을만한 파트너를 통해 관련 사업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달러에 판 자회사 실적 빼고 일본 대기업 넣은 공모가… 평가법은 조선·방산주처럼

사진은 더핑크퐁컴퍼니 기업 설명회./사진=안효건 기자


현재는 공모가에 투자자들 시선이 쏠린다. 더핑크퐁컴퍼니는 공모가 계산에서 홍콩 자회사 영업 중단 손실을 '없는 것'으로 쳤다. 해당 손실을 포함하면 더핑크퐁컴퍼니가 계산한 적정 주가 4만4864원이 3만4319원으로 내린다. 김 대표는 "규모가 있는 자회사 연결을 해제해 홍콩 자회사와 같은 손실 반영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관련 법인에 따른 손실 가능성은 여전하다. 자회사 베이비샤크게임즈와 계열사 레드독컬처하우스뿐 아니라 보유 밴처캐피탈 등으로 투자하는 스타트업도 손실 위험이 비교적 높다. 김 대표는 공모금 등으로 진행할 인수합병에 "소유 형태로 인수할 예정"이라며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 실적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비교기업과 평가법 적용 기준도 회사가 공모가를 높이기 유리한 이례적 구조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일본 대기업을 유사 기업으로 넣고 조선·방산주가 택하는 EV/EBITDA 평가법을 썼다.


일본 ▲카도카와 ▲산리오 ▲토에이 애니메이션 등은 시가총액이 약 5조~16조원이다. 덩치가 가장 큰 산리오가 더핑크퐁컴퍼니 주식 가치를 올리면서 회사는 주식 상대가치(EV/EBITDA 19.87배)가 토에이 애니메이션(16.76배)과 카도카와(19.62배)보다 높다고 판단했다. 이를 적용한 적정 시가총액은 약 6497억원이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선택지가 비교적 넓었다. 회사가 택한 EV/EBITDA는 가장 흔히 쓰이는 주가수익비율(PER)과 달리 영업익 기반이라 순손실 기업도 넣을 수 있다. EV/EBITDA는 순익에 비해 영업익이 많으면 높은 공모가 설정에 유리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12개월 실적(LTM)에서 더핑크퐁컴퍼니 영업익은 202억3200만원, 순익은 144억5100만원이었다. 회사가 코스닥 시장에서 유일하게 비교기업으로 꼽은 SAMG엔터는 순익 281억8800만원, 영업익 151억7500만원이었다.

EV/EBITDA는 자산 가치 감소와 부채 영향을 줄일 수 있어 고정자산 규모가 큰 업종에서 사용한다. 캐릭터 기업에는 잘 쓰지 않는다. SAMG엔터도 2022년 상장 때 PER을 사용했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는 조선주 에스엔시스와 방산주 삼양컴텍 등이 EV/EBITDA를 썼다.

공모가 할인율도 낮다. 주당 평가액 4만4864원에 15.30~28.67%를 할인해 공모가 3만2000~3만8000원을 정했다. 2023년 이후 코스닥 상장사 평균(21.8~33.4%)보다 낮다.

김 대표는 "무형 IP 위주 회사라 한번 매출 선순환이 발생하면 직원 감원을 해도 매출이 감소하지 않는다"면서 "눈에 보이는 실적을 좋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본질적인 성장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비교기업에는 "회사와 비슷한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면서 "유튜브 등에서 주로 활동하는 캐릭터 기업이 비교적 가까울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비교기업 SAMG엔터 주가가 최근 주춤한 데는 "저희는 완구 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장난감 매출이 아니라 IP 매출로 또다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차별성이 있다"며 "IP에서 추가 100억원을 만들면 100억원 영업익이 생기는 구조에 집중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