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을 앞둔 김강민이 28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SSG 랜더스 제공)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은퇴식으로 커리어를 공식적으로 마무리 짓는 '짐승' 김강민이 20년이 넘는 야구 생활을 되돌아보며 소회를 밝혔다.


김강민은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행복함이 80%, 긴장감이 20%다. 오늘은 좋았던 기억과 행복한 기억이 '리멤버'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1년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에 입단해 22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김강민은 2023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이글스로 이적, 한 시즌을 뛴 후 은퇴했다.

통산 196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3, 1487안타, 139홈런, 681타점, 810득점, 209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SK 왕조' 시절 주축으로 활약하며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당시 김강민을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구단의 안일한 일 처리가 도마위에 올랐고,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특별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김강민은 이날 역시 '지나간 일'이라며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시간이 많이 지났다. 지금은 아무 감정이 없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한 것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현재를 살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기대감이 크다.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강민은 현역 시절 남성적인 이미지와 화끈한 플레이로 '짐승'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금은 김강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식어다.

김강민은 "야구하면서 씌워진 프레임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정말 맘에 든다. 이제는 은퇴했으니 짐승보다는 애완동물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9회말 무사 주자 1, 3루 상황 SSG 김강민이 역전 끝내기 홈런을 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현역 시절 가장 기억나는 장면으로는 2022년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쏘아 올린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꼽았다. 김강민은 "커리어 하이라이트"라고 표현했다. 홈런으로 경기를 끝낸 김강민은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고, SSG도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김강민은 현역 은퇴 후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해설위원뿐만 아니라 대학원에서 야구 관련 공부를 하면서 지식의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KBO 전력강화위원이기도 하다.

김강민은 "학교에서는 과학적인 부분을 공부 중이다. 논문도 쓰고 있다. 해설하면서는 밖에서 야구를 보고 있다. 많은 부분을 배우면서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자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냐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진로를) 정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하지도, 정해진 것도 없다. 다만 기본을 갖춰야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강민.(SSG 랜더스 제공)


김강민은 20년 넘게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 대해 "나는 과분한 사랑을 받은 선수다. 커리어 내내 행복했다. 못할 때 쓴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에 김강민이라는 선수가 만들어졌다.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가족들도 김강민이 선수 생활을 지탱하게 해준 큰 원동력이다.

김강민은 "힘들어도 티를 잘 안 냈다. 와이프는 야구를 못해도 크게 뭐라 하지 않아 고맙다. 딸들도 옆에서 큰 힘이 됐다. 정말 고맙고 앞으로도 많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 고맙고 사랑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날 가족들과 시구·시타 행사를 마친 김강민은 '특별 엔트리' 제도를 통해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팬들은 김강민을 연호하며 마지막으로 잔디 위에 선 레전드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강민은 경기 시작과 함께 최지훈과 교체됐고, 손을 들어 관중의 연호에 화답했다.

김강민이 SSG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SSG 랜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