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이 한 해 처분가능소득의 약 30%를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 해 처분가능소득의 약 30%를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G7(주요 7개국) 평균보다 소득 대비 채무 상환 부담이 40%가량 더 많았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과거 인하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풀이된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의 배경으로도 지목됐다.


29일 한국은행의 최신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직장인(비자영업자)들의 평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26.9%, 자영업자들은 34.3%로 추산됐다.

자영업자가 전체 가구의 20%를 차지하는 구조상, 금융부채 보유 가구는 사실상 생활비에 해당하는 처분가능소득의 30%를 채무 상환에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비자영업자 DSR은 0.5%포인트, 자영업자는 0.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반대로 원리금 상환액은 오히려 소폭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최근 DSR 하락이 처분가능소득 증가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구체적인 원리금 상환액을 보면 지난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으로 비자영업자는 평균 1900만원, 자영업자는 2600만원이었다. 여기에 한은이 ▲가계동향조사 ▲자금순환통계 ▲은행 대출금리 ▲한국부동산원 주택매매가격 등 다수 통계로 추계한 결과, 올해 원리금 상환액은 이보다 많아졌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처분가능소득(이자 비용 포함)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DSR로 정의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을 가리키는 통상적인 정의와는 구분된다. 처분가능소득은 경상소득에서 세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뺀 값을 의미한다.

주요국에 비해서도 우리나라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은 상당 폭 무거웠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DSR 통계에 따르면, 한국 가계의 DSR은 작년 말 기준 10.9%로 조사됐다. ▲미국(8.0%) ▲영국(8.9%) ▲일본(7.8%) ▲프랑스(5.9%) ▲독일(5.4%) ▲이탈리아(4.4%) 등 세계 주요국을 대부분 웃돌았다. G7 평균(7.8%) 대비 3.1%p 높아 1.4배에 달했다.

이같이 과중한 채무 상환 부담은 지난해 10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됐음에도 대출 연체율이 오르는 등 과거 인하기 때와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이유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번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특히 기준금리 인하 폭(0.75%p, 초기 6개월 기준)과 횟수(3회)가 과거 금리 인하기 평균(0.5%p, 2회)보다 크고 많음에도 연체율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금리 인하기인 2011~2012년(1기), 2019~2021년(2기)과 비교하면, 최근 국민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부담액은 확연히 높아졌다. 각각 1기 3.2%, 2기 4.3%, 최근 5.2% 등으로 채무 상환 부담 지표는 꾸준히 올랐고, 민간 소비 증가율은 1.8%, 2.5%, 1.0%로 서서히 상승했다가 빠르게 하락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7일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최근 정부와 한은 등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를 앞두고 "국민이 부채 부담에 짓눌려 정상적인 경제 활동조차 힘든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실거주 목적 외 주택 구입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수도권 다주택자와 갭투자 목적 대출은 전면 금지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지난 28일부터 시행했다. 이와 관련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무리한 대출로 정상적인 경제 활동하지 못하는 구조를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