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 2차 실거래 테스트가 잠정 중단됐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추진하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2차 실거래 테스트가 준비 단계에서 잠정 중단됐다. 최근 국회에서 활발히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스테이블코인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CBDC 실거래 1차 테스트(한강 프로젝트) 참여 은행들과 비대면 회의에서 2차 테스트 논의를 잠정 중단·보류한다고 통보했다.


한은은 법제화와 정책 방향이 정리된 뒤 재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등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은행권 내부에서도 CBDC와 예금토큰,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 뒤섞인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실무자 간담회에서 CBDC에 대한 호응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스테이블코인 관심이 워낙 높으니 한은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에 놓고 진행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힘이 실리다 보니 한은도 전략을 바꾼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CBDC 실험은 한은이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고 은행이 연계된 예금토큰을 유통해 결제·송금에 활용하는 모델로, 올해 1차 테스트에는 금융소비자 10만명이 참여했다.


7개 시중은행은 전산 개발과 마케팅에만 수십억 원씩을 들였지만, 후속 단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어 내부 반발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들은 한은에 장기 로드맵을 먼저 제시해야 추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비용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결국 추진 동력을 회복하진 못한 가운데 은행권 안팎에선 내년 상반기쯤 다시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CBDC 테스트 일정이 미뤄지면서 주요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더욱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은행 간 컨소시엄과 블록체인·핀테크 기업 협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며 입법화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잠재적으로 CBDC 테스트가 보류된 것으로 보이지만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도 애매하다"며 "한은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화 동향에 발을 맞추고, 통화 주권 등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