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25년 상반기 대한민국 출판계는 정치·문학 도서의 약진,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의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 설립을 둘러싼 내홍, 인터넷 서점 해킹 사태 등으로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 12월 계엄에서부터 올해 탄핵과 대선까지 이어지는 격동 속에서 독자들의 정치 및 사회 관련 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소설 분야가 약진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반면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 설립을 놓고 출판계 곳곳에서 사유화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나서 갈등이 빚어졌다. 또한 온라인 서점 예스24(YES24)의 랜섬웨어 해킹 공격으로 인한 시스템 먹통 사태는 전자책(이북) 시장에 위기의식을 갖게 했다.
정치·문학 도서, 독자 마음 사로잡다
올 상반기 출판 시장을 견인한 '효자' 분야는 단연 정치와 문학 도서였다. 정치 도서는 지난해 12월 계엄 정국과 맞물려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문학 분야에서는 소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출판계의 핵심 키워드로 '국민'과 '정치인 저서'가 자리했다.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국 국민이 합니다'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국민이 먼저입니다'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문학 열풍은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의 대표 소설들이 견인했다. 그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의 경우 교보문고에서 14주, 예스24에서 2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랜 기간 명함을 내밀었다.
소설의 인기는 역주행 현상으로도 나타났다.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가량(95.3%) 판매량이 오르는 등 순위 상승을 거듭했다.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 둘러싼 내홍
상반기 출판계의 밝은 분위기 뒤편에선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 둘러싼 출판계의 내홍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졌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다. 출협은 자구책으로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지분 구조가 출협 30%, 윤철호 현 출협 회장이 대표로 있는 사회평론 30%, 노원문고 30%, 그리고 출협 임원 개인들이 10%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판계 일각에선 공공 문화 자산의 '사유화'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화 전면 백지화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출협 측은 예산 지원 중단으로 인한 서울국제도서전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아울러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가 가장 중요한 재정 확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사유화 문제를 부각하며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이달 개최된 제76회 서울국제도서전은 17개국 530여 개 출판사 참여, 15만 명이 찾은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하지만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 문제가 지속될 경우 향후 서울국제도서전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스24, 랜섬웨어 공격 해킹에 '먹통' 사태
6월,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랜섬웨어 공격에 따른 해킹 사태를 겪었다. 이 사건은 예스24의 웹사이트와 앱 서비스를 마비시키고 사용자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예스24의 늑장 대응과 허위 해명이 도마에 올랐다. 예스24는 처음엔 해킹 사실을 숨겼고, 사태 발생 일주일 후에야 공식 사과와 수습에 나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23년 알라딘의 전자책 72만 권 유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며 전자책 이용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랜섬웨어 공격으로 인해 약 2000만 명에 달하는 회원 정보의 유출 가능성도 제기되며 전자책 시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출판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전자책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해킹 방지와 공격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응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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