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5월까지 3할대에도 못미치는 승률(0.254), KBO리그 역대 월간 최다 패 불명예까지. 키움 히어로즈의 2025시즌은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KBO리그 역대 '최악의 팀'과 비교될 정도로 암울했던 키움이, 한 달 사이에 반전을 일궜다. '승리 자판기'의 오명을 씻고, '고춧가루 부대'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키움은 지난 2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10-7로 이겼다. 앞선 2경기에 이어 3번째 경기까지 잡아내며 3연전을 싹쓸이했다.
키움이 3연전을 모두 이긴 건 올 시즌 처음이다. 마지막 스윕승은 지난해 6월25~27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으로, 정확히 1년 만에 3연전을 모두 잡았다.
이 승리로 키움은 6월 월간 전적 10승2무10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을 기록했다. 리그 2위 LG 트윈스(9승1무12패)를 비롯해 KT 위즈(10승12패), 삼성(9승13패), 두산 베어스(8승14패) 등보다 나은 성적이다.
키움은 3~4월 승률이 0.333(11승22패), 5월엔 0.154(4승1무22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키움이 5월에 기록한 22패는 종전 20패를 넘어선 역대 월간 최다 패 신기록이었다. 또 이 기간 구단 최다인 10연패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잘 풀리지 않았다. 애초 시즌 전부터 '최약체' 평가를 받은 전력에, 외국인 선수의 영입 실패까지 겹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팀에 구심점이 없으니 젊은 선수들로 분위기 쇄신을 노리는 것도 한계를 보였다.
그러던 키움이 6월 들어 조금씩 꿈틀댔다. 키움은 5월 마지막 날과 6월 1일, 두산을 연거푸 잡고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며 반등의 시작을 알렸다.
이 시리즈 직후 두산은 이승엽 감독을 경질하기도 했다. 키움에 열세 시리즈를 기록한 것이 결정타였는데, 이는 다른 팀들이 키움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어떻게 키움에게도 질 수 있느냐"는, 키움 입장에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시작으로 키움은 5월과는 달라진 팀이 됐다.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된 라울 알칸타라가 '에이스'로 자리를 잡아준 것이 시작이었다.
KBO리그를 지배한 경험이 있는 알칸타라는 다시 돌아와서도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5월 5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97. 키움 선발투수에게서 볼 수 없던 강력한 구위와 함께 경기당 평균 6이닝 넘게 소화해 주며 안정감을 뽐냈다.
들쑥날쑥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준 하영민, 부상에서 돌아온 루키 정현우에, 일시 대체 외인으로 합류한 '호주리그 MVP' 출신의 라클란 웰스까지. 선발진은 나름 경쟁력을 갖췄다.
이기고 있어도 늘 불안하던 불펜도 서서히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주승우 홀로 분투하던 필승조에 베테랑 원종현이 가세하며 최소한 2장의 '승리 카드'를 들게 됐다. 여기에 조영건, 박윤성, 이준우 등도 가능성을 보인 불펜투수였다.
타선은 '캡틴' 송성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6월 한 달간 키움을 넘어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톱클래스의 활약을 펼친 그였다.
송성문은 6월에만 월간 타율 0.314 6홈런 2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20 등으로 맹활약했다. 스윕승을 거둔 삼성과의 3연전에선 사흘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타선을 이끌었다. 특히 경기 막판 결정적인 순간마다 날카로운 타격을 과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타선 역시 '구심점'이 생기니 연쇄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임지열, 이주형, 주성원에 이어서 최근엔 어준서와 김건희, 전태현 등 어린 선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
키움은 6월 중순까지도 외인이 알칸타라 한 명뿐이었다. 투수 케니 로젠버그, 타자 루벤 카디네스가 모두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웰스는 최근에야 팀에 합류했고, 더 일찍 함께 한 스톤은 아직 적응기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군 '월간 승률 5할'은 대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기세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 것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이제 키움은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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