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쥬라기' 시리즈가 다시 시작된다. 공룡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건드리며 공포심을 극대화한 '쥬라기' 시리즈는 30여년 간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이번 시리즈의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인간의 원시적인 본능 중 하나는 큰 동물 무서워한다는 것"이라며 "그 본능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괴수 영화는 계속 사랑 받을 것"이라고 말했을 만큼,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와의 대립과 공존은 강력한 몰입감을 발휘하면서도 오락적 재미를 넘어선 주제 의식까지 전달한다. 또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진화하는 공룡 CG와 시각적 만족감을 충족하는 볼거리는 블록버스터 영화로서의 미덕까지 제시한다.
2일 개봉한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감독 가렛 에드워즈/이하 '쥬라기 월드4'))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과거 쥬라기공원의 비밀 연구소가 있는 지구상 가장 위험한 섬에 들어가게 된 '조라'(스칼릿 조핸슨 분)와 '헨리 박사'(조나단 베일리 분)가 그동안 감춰져 온 충격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룡들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쥬라기 공원'(1993)을 시작으로 ‘쥬라기’ 세계관을 창조한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 총괄을, '고질라'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크리에이터'의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쥬라기 월드4'는 '쥬라기 공원' 3부작, '쥬라기 월드' 3부작에 이은 7번째 시리즈다. 6번째 시리즈인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2022)의 5년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는 시퀄에 해당된다. 기존 시리즈의 주요 출연진인 크리스 프랫과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등이 출연하지 않고, 스칼릿 조핸슨과 조나단 베일리, 마허샬라 알리, 루퍼트 프렌드 등이 합류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서 이미 다뤘던 인간과 공룡들의 공존하는 세상이 배경으로 이어지고, 주요 인물들이 인류를 구하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공룡들의 DNA를 확보하러 나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거대 제약회사 임원 마틴(루퍼트 프렌드 분)가 신약 개발을 위해 특수 작전 팀을 꾸리려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는 특수 작전 전문가인 조라(스칼릿 조핸슨 분), 선장 던컨(마허샬라 알리 분), 그리고 고생물학자 헨리를 설득해 미션에 나선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는 육지, 하늘, 바다를 지배하는 가장 거대한 공룡들의 DNA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들은 공룡들을 쫓다 습격을 당해 과거 쥬라기공원의 연구실이 있던 금지된 섬에 들어서게 된다. 과연 이들이 세 공룡의 DNA를 손에 넣고 안전하게 섬을 떠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영화 초반 팀을 결성하기까지의 과정은 다소 단조롭고 지루하게 그려지지만, 공룡들의 등장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전환된다. 또 다른 무리인 '델가도' 패밀리가 초대형 해양 포식자인 모사사우르스의 등장으로 인해 조난당한 후 특수 작전 팀의 여정에 합류하면서 다채롭고 풍성한 긴장감이 펼쳐진다. 육지와 하늘, 바다의 거대 공룡 DNA를 찾아야 하는 만큼, 육해공을 넘나드는 공룡과의 사투와 추격전은 눈을 뗄 수 없는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바다의 모사사우루스를 비롯해 육지의 타이타노사우루스, 하늘을 나는 익룡인 케찰코아틀루스 등은 경이로우면서도 두려운 존재로 그려진다. 특히 한층 진화된 모습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고무보트를 탄 델가도 패밀리를 위협하며 관객들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30여년 간 명맥을 이어온 인기 프랜차이즈 시리즈는 이번에도 윤리적 메시지가 관통된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불러온 유전자 조작의 결과인 공룡이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졌다면, 이번 시리즈에서는 인류가 생존을 위해 공룡에게 접근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이 그려진다. 결국 DNA 확보를 위해서는 과거 쥬라기공원의 연구 시설이 있던 섬에 입성해야 하고, 이는 과거의 과오와 이에 대한 책임을 직면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대자연의 섭리를 깨달은 이들이 '새로운 시작'으로 어떻게 과오를 바로잡을지, 신약을 위해 어떤 윤리적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쥬라기'의 여느 시리즈가 그랬듯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다채로운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조라를 중심으로 한 특수 작전 팀과 아버지와 딸 둘 등으로 구성된 델가도 패밀리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신약에 대한 탐욕도 공룡의 잔혹성과 파괴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만큼, 인간들은 죽음의 위기 앞에서 필사적인 생존 본능만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이를 시각화해 담아낸 공룡과의 숨 막히는 추격전은 오랜 프랜차이즈 영화의 노하우가 집약돼 있는 만큼, 단연 만족할 만한 볼거리다. 여기에 버려진 실험실에 살고 있던 디스토르투스 렉스, 뮤타돈 등 돌연변이 공룡들의 등장까지 영화관 큰 스크린에서 보기에 손색이 없다. 상영 시간 1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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