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오브 킹스'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닌 이들도 예수의 생애가 어떠했는지는 대략 알고 있다. 그는 목수의 아들이었고, 제자를 키우고 여러 기적을 행했으나 형식주의에 빠져있는 유대교 종교 지도자들을 비판했다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해 죽었다. '킹 오브 킹스'는 모두가 아는 이 이야기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며 새로움을 꾀했다.


'액자식 구성'이라고 표현되는 방식을 사용한 영화가 화자로 택한 사람은 19세기 영국의 유명 작가 찰스 디킨스다. 찰스 디킨스는 '올리브 트위스트'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 등을 쓴 작가다. 국내에서는 '스크루지 영감'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우리말 버전에서 배우 이병헌이 더빙을 맡은 영화 속 찰스 디킨스는 '위대한 아서왕'의 이야기에만 온통 관심이 쏠린 말썽꾸러기 아들 월터에게 진정한 왕인 예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한다. 월터는 고양이 윌라와 함께 아빠의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어 예수의 이야기를 듣는다.

'킹 오브 킹스'에서는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든 아빠와 아들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묘사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마치 두 사람이 2000년 전 이스라엘에서 예수의 생애를 목격하는 것처럼 그려내는 것. 이 같은 서브플롯은 익숙한 예수의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만든다.


'킹 오브 킹스' 스틸 컷


애니메이션 속 등장하는 월터는 실제 찰스 디킨스의 넷째 아들 이름을 가져온 것이다.장성호 감독은 22세에 요절한 월터의 이름을 사용하며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 디킨스의 애틋한 마음을 녹여내려고 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표면에 내세운 것은 사랑과 용서라는, 예수의 생애가 그려내는 보편적 주제를 조금 더 강화하기 위함이다. 티격태격하던 아버지와 아들은 예수의 생애를 체험하고 나온 뒤 진정한 화해를 이룬다.

국내 VFX 1세대로 시각효과 회사인 모팩 스튜디오의 대표이사이기도 한 장성호 감독의 연출작인 만큼, 시각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 배우의 실사 연기를 가상 공간에 실시간으로 적용해 실제 촬영한 유사한 방식으로 구현한 방식은 극 중 찰스 디킨스와 아들 월터뿐 아니라 보는 이들을 2000년 전 그 시절로 되돌려 놓는 듯한 감각을 전달한다.

화려한 더빙 라인업은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디킨스를 연기한 이병헌뿐 아니라 아내 캐서린 디킨스 역의 이하늬, 예수 역의 진선규, 베드로 역의 양동근, 본디오 빌라도 역의 차인표 등 알만한 배우들이 실감 나게 성경 속 인물을 연기한다.

'킹 오브 킹스' 스틸 컷

다소 아쉬운 지점이 있다면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만 묘사된 예수의 행적과 성격일 것이다. '킹 오브 킹스'는 영화의 메인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속 에수의 생애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성경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을 상상하는 것은 일부 종교인들에게는 자칫 위험하게 비칠 수 있다. '킹 오브 킹스'는 목회자들의 조언을 받아 가며 고증의 정확성을 지키는 데 집중했고, 상대적으로 이야기는 교육용처럼 느껴지는 지점이 없지 않다.

예수의 생애를 다룬 이 애니메이션은 국내 단독 제작 영화 중 영화 '기생충'을 꺾고 북미 최고의 박스오피스 스코어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케네스 브래너, 오스카 아이삭, 우마 서먼 등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상영 시간은 101분. 오는 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