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2호선 챌린지'를 검색하면 걸어서 2호선을 완주했다는 글들이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12일 서울 성동구 성수역 3번 출구 앞이 퇴근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호선 챌린지'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걸어서 서울 2호선을 완주했다는 후기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호선은 강남, 영등포, 시청 등 도심을 두루 지나기 순환하기 때문에 서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챌린저들은 장점으로 꼽았다.

서울 2호선은 본선 49.1㎞다. 챌린저들마다 제각각이지만 도보로는 대략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2호선 만큼은 아니지만 6호선 챌린지도 나름 각광받고 있다. 6호선은 2호선처럼 서울 중심 지역을 돌진 않는다. 하지만 길이가 짧아 난이도가 낮은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사서 고생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절대적임에도 사람들을 12시간이나 걷게 만드는 매력은 무엇일까.
등산 코스 같은 느낌… 그 속에서 서울시민의 일상을 마주하다
기자는 지난 2일 직접 6호선 챌린지를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 2일 기자가 지나온 역들의 모습. /사진=변한석 기자
기자도 직접 챌린지를 경험했다. 지난 2일 오전 7시 6호선 신내역을 찾았다. 다행히 햇살이 따갑지 않고 날이 흐린데다 바람도 종종 불어 걷기 괜찮은 날씨였다.

6호선 신내-월곡 구간은 주택가가 대부분이어서 바쁘게 일상을 준비하는 시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월곡역을 지나 도착한 고려대역과 안암역은 캠퍼스 앞에 위치해 거리에는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캐리어를 끄는 관광객의 비율도 많아졌다.

보문역에서 창신역 사이는 개인적으로 6호선 챌린지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보문역부터 높은 언덕이 나타나고 보문사를 넘어 아파트 단지를 지나 좁은 골목길로 내려가는 등산과도 같은 난이도의 구간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2일 직접 6호선 챌린지를 진행했다. 사진은 기자가 챌린지를 하면서 지나온 고려대학교, 미타사, 대통령실, 서울 용문동의 아파트 단지 모습들. /사진=변한석 기자
동묘앞역부터는 서울 중심지를 지나기 때문에 외국 관광객도 많이 마주칠 수 있었다. 한강진역과 이태원역에도 다양한 사람이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녹사평역을 지나 효창공원앞역까지는 다시 조용한 분위기의 주택가가 많았다.
7시간의 서울 구경이 남긴 것
기자는 7시간 동안 챌린지를 진행했다. 사진은 챌린지를 마치고 삼성 헬스 앱에서 기록된 걸음수 캡처. /사진=변한석 기자
애당초 기자는 완주가 아닌 일정 시간 안에 노선을 도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때문에 종점 응암역이 아닌 공덕역에서 챌린지를 마무리했다. 신내역부터 공덕역까지 7시간 동안 3만보 이상을 걸었다. 6호선 라인은 주택가가 많은 지역을 지나 조용한 분위기, 외국인이 많이 찾는 지역 등 다양한 분위기가 공존했다.


비록 완주하지 못했지만 챌린지에 성공한 사람들은 적지 않다. 지난 5월 2호선 챌린지했다고 밝힌 양계영씨(32·여)는 "남자 친구와 데이트 목적으로 2호선 챌린지를 했다"며 "빠른 기록이나 특정 시간 내에 완주하는 것보다 남자친구와 산책하는 것처럼 대화하면서 챌린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풍주의보 때문에 당일 완주는 실패했지만 동네마다 남자친구와 추억을 되짚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전체 소감을 밝혔다.

'주니투어'라는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씨(30대)는 지난해 7월 17시간 동안 2호선을 완주했다. 이씨는 "직장인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고 그중 하나가 많이 걷는 것이었다"며 "걸으면서 서울의 풍경도 소개할 수 있어 여행 유튜버라는 주제와도 맞아 챌린지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완주보다 경험에 의의를
경험자들은 공통적으로 무리하게 챌린지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양씨와 챌린지를 한 김동욱씨(33)는 "챌린지라서 반드시 오늘 안에 끝내야 한다는 강박은 버려야 한다"며 "다음 날에 다시 전날 도전을 마무리한 역에서 시작해도 될 만큼 기록보다 과정을 즐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씨 역시 "무언가 도전하는 경험 자체가 큰 자산"이라며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도전보다 미래에 나를 지탱할 수 있는 기억으로 작용할 수 있는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챌린지는 서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기자가 녹사평역 인근에서 찍은 남산타워 사진. /사진=변한석 기자
2호선을 지나면서 서울 풍경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씨는 "역마다 풍경이 달라 인상적이었다"며 "역 주변에 가보고 싶었던 맛집이나 명소를 직접 마주친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전했다. 이씨는 "서울은 도로 정비가 잘 돼있어 비교적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며 "여정 속에 마주한 풍경과 명소를 소개하는 과정이 여행과도 같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챌린지에 관심이 있다면 날씨와 몸 컨디션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양씨는 "오래 걷기 때문에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무릎이 아플 수 있는데 비가 온다면 발에 물집 잡히는 속도가 더 빠르다"며 "챌린지를 한다면 선선한 날에 두꺼운 양말을 신고 걷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이씨 역시 "억지로 한다면 오히려 몸과 마음에 상처만 남길 수 있다"며 "내 몸 상태에 따라 상식선에서 챌린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에도 비슷한 챌린지들 있어
이 같은 챌린지는 외국에서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영국 런던의 튜브 챌린지와 미국 뉴욕의 서브웨이 챌린지 등이다. 하지만 '2호선 챌린지'와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국내와는 조금 다르다. 영국과 미국은 최단 기록으로 완주해야 하는 '경험보다 기록'에 치중한 챌린지다.

내용은 다르지만 2호선 챌린지와 튜브 챌린지, 서브웨이 챌린지 등은 대도시의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시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챌린지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