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선에서 주행하던 A씨가 1km 앞에 있는 IC(인터체인지)로 진입하기 위해 2차선으로 차선변경을 한 순간 3차선에서 주행하던 차가 갑자기 2차선으로 진입, A씨 차량의 뒷 범퍼와 부딪힌 것이다. 렌터카에서 내린 B씨는 전문가인 것처럼 행동하며 보험사에 대인·대물 접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B씨의 전문가 행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B씨의 대인·대물 신청을 접수받은 순간 삼성화재 IFDS(보험사기방지시스템)가 작동하기 시작했고 IFDS는 그가 과거에도 다수의 고의사고를 일으킨 것을 확인한 후 '중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동시에 IFDS는 사고 현장에 출동한 담당조사관들에게도 "고의 사고 가능성이 높습니다"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IFDS는 B씨가 연루된 자동차 사고를 전부 찾아내 SNA(사회연결망분석)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당시 사고 관련 CCTV, 블랙박스 등을 종합해 부천원미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부천원미경찰서의 추가 수사 결과 B씨를 포함해 총 18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고의사고를 일으킨 것을 적발했다. 이들이 삼성화재에서 타낸 보험금은 1억4000만원이었다. 결국 이 일당은 인천지방법원에 기소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지난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 대전광역시에 거주하는 A씨는 2023년 6월 운전 중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신호가 없는 교차로에서 유턴을 하기위해 전방과 좌우를 살피고 옆차선에 있던 B차량과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 유턴을 진행한 A씨.
A씨 차량이 옆 차선 절반가량에 진입한 순간 갑자기 B차량이 급정거를 하며 A씨 차량과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상대 차량 운전자인 B씨는 곧바로 대인·대물 접수를 요청했고 B씨의 행동이 의심스러운 A씨는 사고 현장에 출동한 보상담당자에게 사고 관련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이에 보상담당자는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조사파트에 B씨의 이력 조회를 의뢰했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조사파트는 IFDS를 활용해 B씨의 차량이 과거 보험사기에 연루된 이력을 확인, B씨 행위를 보험사기가 유력한 중상위험군으로 판별했다.
이후 같은 해 7월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조사파트는 대전지방경찰청에 B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 경찰은 이들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삼성화재가 AI(인공지능)를 앞세운 디지털 탐지 시스템으로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 하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고 있다.
연간 보험사기로 적발되는 사람이 11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미리 예측하는 'AI 조사관'이 사기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2021년 9월 도입한 보험사기방지시스템인 IFDS(Insurance Fraud Detection System)를 통해 월평균 15건, 금액으로는 9억원 이상의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있다. 이는 IFDS 도입 당시 적발건수인 5건, 적발금액 3억원보다 각각 3배 증가한 것이다.
IFDS는 다양한 위험인자로 구성된 지표를 기초로 보험사기 의심건에 대한 위험도를 점수로 산출한 후 점수가 높은 보험사고건에 세부적인 속성 및 분석결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에 고객 정보를 입력하면 기존 사고 이력을 바탕으로 보험 사기 위험군인지 여부가 고위험·중위험·위험 없음 등의 세 단계로 확인하고 100점 만점 기준으로 보험 사기 점수도 매겨진다. 고위험군일수록 높은 점수가 나온다.
이들이 주로 쓰는 수법(혐의 유형)도 나온다. 특히 과거 사고 사례들을 AI 스스로 학습해 분석하는 방식의 머신러닝을 활용한 관계도 분석 기법이 보험 사기범을 찾아내는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추돌 사고 피해자인 A씨를 시스템에서 검색하면 가해자 B씨가 뜨고 B씨와 연계된 사건이 뜬다. 그러면 B씨가 과거 보험 사기에 연루된 적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B씨와 과거 사고가 난 적 있는 C·D·E·F씨의 사고 이력을 살피는 것도 가능하다.
IFDS의 또 다른 특징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보험사기 유의 고객에 대한 위험도를 업무화면에 제공하는 것이다. 다발성 고의사고, 조직형 보험사기 등이 의심되는 사고에 대해 보상처리 초기 단계에서 사전에 탐지할 수 있도록 신뢰성 높은 보험사기 상세 정보를 제공한다.
아울러 보험사기 혐의자와 연계된 관계도 분석서비스를 제공해 복잡한 연관관계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삼성화재는 해당 서비스가 보험사기와 연관 된 개인과 불법업체 등의 공모 관계를 밝히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앞으로도 보험사기방지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삼성화재 보험조사파트 관계자는 "보험사기방지시스템(IFDS)은 보험사기와 관련해 쌓아 온 노하우를 집적해 완성한 시스템"이라며 "특히 머신러닝 보험사기 예측 기능과 관계도 분석 등을 통해 새로운 보험사기 유형에 앞장서서 대응해 나갈 것" 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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