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⑥"고의 충돌이다" 현대해상 AI보험조사관, '은밀한' 적발 노하우
[당신의 돈은 안녕하십니까-믿었던 보험설계사, 알고보니 사기꾼]
현대해상, 2020년부터 보험사기 대응 시스템 구축
AI(인공지능) 기술 활용… '속전속결'로 지능범 검거
유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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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브로커와 조직폭력배, 의료인, 보험설계사까지. 갈수록 조직화·전문화하는 보험사기에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통계청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대한민국 총 2272만8163가구 가운데 98%에 해당하는 2227만3599가구가 보험에 가입했다. 위험수위를 넘어선 보험사기 소식에 국민 대다수가 치를 떠는 이유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물론 경찰까지 공조해 보험사기 근절에 나섰지만 사기범죄도 진화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연간 적발인원만 11만명에 육박하는 보험사기. 그로 인해 새나가는 보험금만 1조여원. 과연 뿌리 뽑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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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7월 대구광역시에서는 총 9명이 연루된 보험사기가 밝혀졌다. 당시 대구 동구 주택가 한 골목길에서 주행하던 A씨는 막다른 골목에서 후진을 시도했고 뒤따라오던 이륜자동차와 충돌했다.
A씨는 곧바로 현대해상 콜센터로 사고를 접수하며 "후진 중 이륜차를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륜차 운전자 B씨 또한 "앞차가 갑자기 후진하는 바람에 오토바이가 파손되고 부상도 입었다"며 대인·대물 접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의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A씨로부터 사고를 접수받은 현대해상 자동차보험조사파트 직원은 몇개월 전에도 A씨가 비슷한 사례로 사고 접수를 요청한 것을 인지했다.
이에 현대해상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디지털 보험조사시스템인 Hi-FDS(자동차 보험사기 사전인지 시스템)를 통해 분석한 결과 A씨가 일으킨 사고는 '고의사고 고위험군'으로 탐지됐다.
현대해상은 Hi-FDS 분석을 통해 A씨와 B씨가 지인 관계로 이미 5년 전에도 비슷한 자동차사고를 통해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도 밝혀냈다.
현대해상은 대구 강북경찰서에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를 포함해 총 9명이 조직적으로 자동차보험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이들은 약 1년 동안 총 8건의 고의 자동차사고로 1700만원 상당의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9월 경찰은 일당 9명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올해 2월 대구지방법원은 이들에게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벌금형 처분을 내렸다.
현대해상은 자체 개발 시스템인 Hi-FDS를 통해 조직적인 자동차 보험사기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보험사기는 전체 손해보험사기 유형 중 70% 가까이를 차지할 만큼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사기 수법이다. 이를 현대해상은 Hi-FDS를 통해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4년 현대해상이 Hi-FDS를 통해 적발한 자동차보험사기는 금액 기준으로 총 76억3000만원이다. 이는 2022년 33억2000만원보다 2.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해상이 2020년 7월 도입한 Hi-FDS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보험사기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시스템이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통해 시스템을 학습할 수 있는 AI(인공지능)의 한 형태다. 주어진 데이터로 다양한 사고 특성을 파악하고 고의사고를 예측한다.
당시 현대해상은 자동차 사고의 보험사기 위험도를 보다 더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기존의 자동차사고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이 데이터에는 사고 유형부터 운전자 정보 등이 포함됐다. 대다수 고의사고가 사전 공모를 통해 발생하는 만큼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던 사람들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대해상은 이를 통해 SNA(사회연결망분석) 기능을 구현했다. SNA는 과거 발생했던 고의사고 정보를 수많은 선으로 연결, 이를 최근 일어난 사고들과 실시간으로 대조한다.
현재와 과거 사고 사이에 연관된 특이점이나 유사점이 있다면 이를 보험조사부에 통보한다. 보험조사부는 해당 사건을 조사한 뒤 보험사기 혐의가 의심되면 경찰에 의뢰한다. 이후 수사를 거쳐 보험사기로 밝혀지면 형사처벌 등이 이뤄지는 구조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며 기존 고객의 금융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며 "Hi-FDS 강화를 통해 고의사고 적발률을 지속해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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