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용호 삼성화재 SIU(보험사기조사실) 장기보험센터장은 설계사가 가담하는 보험사기 사례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31년 경력의 베테랑 보험사기 조사관이다./사진=머니S 전민준 기자


"보험설계사가 가담하는 보험사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보험상품 구조와 보험금 지급절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사기를 저지르면서 진단서 위변조나 입원수술비 과다 청구 등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보험사기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달 25일 오후 3시 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삼성화재 자동차보험부문 교육장에서 만난 함용호 SIU(보험사기특별조사팀) 장기보험센터장은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일부 설계사들은 상해, 질병, 보험 등 상품구조가 복잡한 장기보험을 주로 노리고 있으며 이들을 적발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도 함 센터장은 장기보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9명을 대상으로 최근 보험사기 사례와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1996년 5월 손보업계 최초로 설립한 삼성화재 SIU는 장기보험센터와 자동차보험센터 등 센터 2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장기보험센터는 질병보험, 상해보험, 건강보험 등 가입기간이 3년 이상이고 신체와 관련한 보장을 제공하는 장기보험과 관련한 보험사기를 수사한다. 연평균 180건에 이르는 보험사기를 '제로'에 가깝게 줄이는 게 그의 목표다.


함 센터장은 "보험사가 보험사기 관련 조직을 강화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을 보험사기를 낱낱이 적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용호 센터장은 1994년 태평양그룹 계열 생명보험사였던 태평양생명에서 보험사기조사업무를 시작한 31년 경력의 베테랑 보험사기조사 전문가다.


태평양생명 시절엔 자동차·장기보험사기 조사 업무를 동시에 수행했으며 2000년 삼성화재에 입사한 이후에는 장기보험사기 조사업무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태평양생명에서 근무하던 그가 삼성화재로 온 것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장기보험 사기를 전문적으로 잡아내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함 센터장은 "1990년대에는 자동차를 이용한 보험사기가 많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적발하기 까다로운 장기보험사기가 증가해 이를 확실하게 잡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현재 보험사기 수법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수사 적발 기법을 연구하는 식으로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 살인 사건, 가장 기억에 남아"

그는 삼성화재에 입사한 후 보험사기를 조사하면서 다양한 사례들을 마주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가 겪은 다양한 보험사기 사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보령 살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17년6월22일 충청남도 서천군 비인면 장포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3억원의 보험금을 수령할 목적으로 전처가 아들, 보험설계사 등 3명이 공모해 남편을 바닷물 속으로 유인한 후 목덜미를 수면 아래로 넣어 익사시키는 방법으로 사망케 한 사건이다.

이들은 갯바위에서 미끄러져 바닷물을 먹고 익사하는 사고로 위장했다.

하지만시신이 발견된 6월 22일 날짜와 동일한 물 때(조석차)를 고려해 보령해경 수사관들이 수많은 모의실험을 거친 결과 변사자가 발견된 장소에서는 익사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는 보령해경 수사관들의 노력과 해양과학수사로 고액의 보험금을 노린 사건의 실마리로 밝혀졌다.

함 센터장은 "보험사기에 가족이 가담하는 모습을 보며 비정함을 느꼈고 이런 일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험설계사가 연루된 보험사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걸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설계사가 연루된 보험사기 적발액은 2020년 155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237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보험사기 적발인원도 1408명에서 2017명으로 증가했다.

함 센터장은 "보험사기 연루 설계사들은 해박한 보험지식을 활용해 수사기법에 맞춰 보험사고를 다양하게 유발하는 등 점점 지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특정 담보를 활용하기 위해 진단서를 위변조, 금액은 적지만 보험금은 편취하기 쉬운 사기수법도 최근 자주 적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 센터장은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선 보험사기에 대한 수사기관의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보험사기에 대해 수사기관에 진정,고소, 고발 등의 업무 진행을 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의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 하고, 전담 조직이 없다 보니 보험사기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사건들 보다 부족하다"며 "수사기관의 보험사기 수사 관련 전문성과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과 동기부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금융당국과 경찰, 보험협회, 보험사의 공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IU는 수사권이 없어 보험사기 조사는 가능하지만 수사는 할 수 없다.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사례가 있어도 청구자가 면담을 거절하거나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와도 별다른 수가 없는 셈이다.

함 센터장은 "보험사기가 한 회사에 국한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정보의 한계가 있고 또한 이로 인한 개인정보법 위배에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수사기관의 전담 조직 설치 및 이에 정부 차원의 보험사기 합동대책반을 마련하는 등 강력한 수사 진행 및 기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함 센터장은 "건전한 보험문화 정착과 선량한 계약자 보호를 위해 보험사기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강화와 감독기관의 보험사기 적발에 지대한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 방안을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