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수법이 점점 더 정교하고 조직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없어 효과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보험사기 수법이 점점 더 정교하고 조직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효과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합동대책반 운영 이후 사실상 '공백 상태'가 지속되며 대응 체계가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오자, 보험사기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공유할 수 있는 통합형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보험 설계사 등 업계 종사자들도 연루되는 등 내부 범죄 양상도 심화되고 있다.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된 보험 관련 업종 종사자는 ▲2022년 1763명 ▲2023년 1958명 ▲2024년 2160명으로, 3년 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마다 10%를 웃도는 증가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사기범들은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고 정황을 조작하거나 병원·브로커와의 조직적인 공모를 통해 허위·과다 청구를 벌이는 등 지능화된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조직적인 병원 연계형 사기는 물론, 다수 보험사에 걸친 허위청구 등 대형 사기가 급증하면서 '골든타임' 내 초기 대응이 더 중요해졌지만, 수사에 필요한 기초 자료조차 신속히 확보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기업형 대형 브로커 조직과 결탁해 허위 진단이나 입원을 꾸미는 사례도 허다하다"며 "사기범들은 점점 더 조직적이고 대형화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를 조기에 포착하고 차단할 중앙 통제 체계가 없어 대응은 늘 한발 늦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보험사기 대응은 보험사 자체 확인 이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다시 경찰과 검찰로 넘어가는 순차 대응 체계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단계를 밟아가는 구조는 수사 착수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병목을 만든다.


문제는 그 사이에도 보험사기범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정황을 조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초기 대응이 번번이 늦어지면서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는 컨트롤타워 부재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태스크포스(TF) 형태의 한시적인 조직이 아니라 법률상 근거를 둔 상설 조직으로 설치·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 행위는 점차 조직화, 전문화된 형태로 변화하고 있고 그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응도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설치됐던 보험범죄 전담 합동대책반이 얼마 가지 않아 문을 닫은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부연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 '강호순 사건' 이후 한때 국무총리실 주도로 범정부 보험사기대책반을 꾸렸다. 출범 이후 매년 1만명 가량의 사기범을 잡는 등 성과를 보였지만 2017년 근거 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활동이 중단됐다.

이후 이렇다 할 대안 조직이 등장하지 못하면서, 보험사기를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실시간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해외 주요국은 이와 달리 보험사기 대응을 위해 별도 전담기구를 두고 있다. 미국은 FBI, 주정부 보험청, 민간연합기구(NICB)가 연방법에 따라 보험사기를 통합 관리한다. 영국 역시 보험사기청(IFB)을 운영해 보험사와 경찰, 정부가 한 팀으로 수사에 착수한다.

현장에서는 보험사기 대응이 단순히 '적발' 이상의 수사·의료·데이터 분석을 아우르는 총괄적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기 수법이 조직화·정교화되고 보험사기 특성상 다수의 정보와 단서가 분산돼 있어 이를 통합·판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의 중앙기구가 없다면 실효성 있는 대응은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흩어진 단서와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실질적 권한을 가진 보험사기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적극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