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의 P2E(Play to Earn) 게임이 부진에 빠진 국내 게임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는 가운데 여전히 관련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자칫 산업의 성장 동력이 해외로만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블록체인 기반 P2E(Play to Earn) 게임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선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자칫 산업의 성장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넥슨, 크래프톤, 넷마블 등 주요 상장 게임사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인기 IP(지식재산권)에 대한 의존도 심화와 신작 부재, 글로벌 경쟁 심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존 P2W(Pay to Win) 중심 수익모델이 한계에 직면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P2W 방식의 게임 출시가 늘어나면서 과도한 과금 유도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로감과 반발이 커졌고 이는 곧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관측이다.

하반기 각 사가 대형 신작을 다수 출시할 예정이지만 일회성 실적 반등을 넘어선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P2E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다. P2E 게임은 게임 내에서 획득한 자원을 가상화폐로 교환하거나 아이템·캐릭터를 NFT(대체불가토큰) 형태로 만들어 이용자 간 거래가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다.

관련 분야 국내 게임사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위메이드 '미르4 글로벌' 버전은 동남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흥행가도를 달리며 P2E 게임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컴투스, 네오위즈 등도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고 게임업계 맏형 넥슨도 최근 메이플스토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자체 코인 '넥스페이스'를 발행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P2E 게임이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 내 가상자산을 활용하거나 이를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 게임에 대해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NFT 제공 역시 현행 게임산업법상 사행성 경품 제공으로 간주돼 금지된다.

이에 위메이드, 넷마블, 컴투스, 네오위즈 등 관련 기업들은 싱가포르, 두바이 등 규제가 완화된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P2E 게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맞아 산업 혁신의 일환으로 P2E 게임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규제로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게임산업특별위원회는 지난 5월27일 기자간담회에서 "P2E 게임은 규제 완화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도 싱가포르, 일본,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자국 내 관련 법령을 준수하는 조건 아래 P2E 게임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규제 샌드박스' 같은 제도를 도입해 단계적이고 시험적인 허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국민의 게임 선택권을 넓히고 블록체인 기술 관련 산업을 건전하게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사들은 기술적 역량과 글로벌 이용자층을 이미 확보했음에도 국내에서는 규제 장벽 때문에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P2E 자체를 전면 차단하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결국 국내 인재와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게임을 단순히 사행성 중심으로 볼 게 아니라 산업과 기술 관점에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