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출처: Guillermo Kahlo, 1932,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54년 7월 13일, 멕시코 코요아칸의 '푸른 집'에서 프리다 칼로의 삶이 47세의 나이로 막을 내렸다. 멕시코 예술사의 한 시대를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칼로의 삶은 1907년 7월 6일 출생과 함께 고통으로 시작됐다. 6살 때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불편했고, 18세에는 버스 사고로 척추, 골반 등 온몸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 수십 차례 수술을 받으며 긴 회복기를 보냈다. 바로 이 침상에서 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거울을 통해 자신을 그리며 고통받는 육체와 요동치는 감정, 강렬한 자아를 표현했고, 점차 멕시코 토속 문화를 담아내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칼로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벽화 화가 디에고 리베라다. 21세 연상의 리베라와의 만남은 그의 예술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불꽃같은 사랑과 갈등 속에서도 서로의 예술적 동반자이자 영원한 뮤즈였다.

그의 예술은 멕시코 전통문화, 민속 예술, 그리고 멕시코 혁명의 정신에 깊이 뿌리내렸다. 멕시코 원주민 복장을 즐겨 입고 멕시코 상징들을 작품에 녹여냈다. 자신은 초현실주의가 아닌 현실을 그린다고 강조했던 그의 작품은 피, 상처, 고통, 죽음 같은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했다.


말년에 칼로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해 1953년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그는 육체적인 고통 속에서도 그림을 놓지 않았다. 마지막 작품 중 하나인 수박 그림 '인생 만세'(Viva la Vida)는 그의 강렬한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사인은 폐색전증으로 공식 발표됐다.

칼로의 죽음 이후에도 그의 예술은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1970년대 페미니스트 운동과 함께 여성의 삶과 투쟁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재조명되며,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