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추락한 인도 에어인디아 여객기 사고 원인으로 기장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제기돼 조사 당국은 조종사 의료기록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사고현장의 모습. /사진=로이터
지난달 추락한 인도 에어인디아 여객기 사고 원인으로 기장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거론됐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매체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조사관들이 사고 여객기를 운행한 수밋 사바르왈 기장(56) 의료 기록을 확보했다며 그가 우울증과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사 당국은 초기 보고서에서 기체 결함보다 조종사 행동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 항공 안전 전문가 모한 랑가나탄은 인터뷰에서 "에어인디아 조종사 여럿이 그가 우울증과 정신건강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했다"며 "그는 3~4년 동안 비행을 중단하고 병가를 냈었다"고 말했다. 다만 "기장이 사측으로부터 (비행에)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을 것"이라며 "적격 증명서를 발급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바르왈 기장은 은퇴를 몇 달 앞두고 있었다. 그는 2022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남은 고령의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조기 퇴사를 고민했다. 사바르왈 기장의 한 동료는 그가 철저한 신사였다며 "우리도 같은 인간이다.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승무원들도 있지만 즉시 운항이 중단된다"고 전했다.


사바르왈 기장은 1994년 에어인디아에 입사했다. 총 비행 경력은 1만5000시간 이상이고 추락기와 같은 기종은 8000시간 넘게 몰았다. 지난해 9월 조종사의 심리·신체 능력을 평가하는 1급 건강 검진도 통과했다.

부기장 클라이브 쿤다르(28)는 항공업계 종사 집안 출신으로 3400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보유했다. 그 역시 최근 2년 안에 1급 검진을 받았다.

인도 상업 조종사 협회(ICPA)는 성명을 통해 "언론과 대중들 사이 나오는 추측성 주장, 특히 조종사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대한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주장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ICPA는 "승무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훈련한 대로 행동했다"며 "검증된 증거 없는 조종사 자살 주장은 심각한 윤리 보도 원칙 위반이자 조종사들의 직업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아마다바드발 영국 런던행 에어인디아 AI 171 항공편은 지난달 12일 이륙하자마자 갑자기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등 260명이 사망했다. 인도 출신 영국인 탑승객 1명이 유일하게 생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