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금융당국 수장 공백 상태에 대한 한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금융당국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사실상 모든 현안이 '올-스톱' 된 데 따른 불편을 토로한 것.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대선 직후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자 지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임 상태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는 지난 5월 퇴임한 김소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퇴임한 이후 두 달가량 공석이다. 금융감독원장 자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퇴임한 이후 후보자만 거론될 뿐 공식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은 국내외 거시경제적인 상황들로 불안정한 국면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양대 컨트롤타워의 공백이 장기화한 점은 그 자체로 '리스크'다.
그 사이 시장 불확실성은 커지고, 금융 현안도 쌓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고금리와 고물가 충격 여파 속에서 휘청이고 있고 미국 정부의 관세 압박도 이어지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내부 상황 역시 핀테크 규제 정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점검, 은행 자본규제 개편까지 긴급한 국내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런 시점에 수장이 부재하고 국장급 실무진이 임시방편으로 대응 중이라는 상황은 불안함을 가중하는 부분이다.
현재 금융정책은 대통령실 경제수석실이 기획 틀을 짜고, 금융위원회가 제도·규제 정비를 설계, 금융감독원이 시장 집행과 감독을 담당하는 삼각형 구조다. 하지만 이 중 두 축이 동시에 공석이라는 건 단순히 자리가 비었다는 차원이 아닌, 시장을 설계하고 조율할 컨트롤타워 자체가 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업계도 '정지 모드'다. 은행, 증권, 핀테크, 보험업계 모두 핵심 정책의 방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규제나 완화 방안이 전혀 감도 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규제 변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불리 신사업이나 전략 등을 추진할 수 없어 일단정지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장 공백은 단순히 행정적인 차원을 넘어, 금융시장 전체의 '정지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움직이지 못하는 정부 아래에서 시장도 함께 멈춰 선 셈이다.
정부가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추진한다는 얘기도 나오며 금융권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에 일원화해 '금융감독위원회' 체제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아직 공식 안도 아니고 구체적인 실행 일정도 없지만 해당 내용은 금융권에서 거론되는 것은 물론 언론에도 보도되며 혼란을 더한다.
핵심 컨트롤타워가 멈춰 선 금융시장은 방향을 잃었다. 금융소비자 보호도, 자본시장 혁신도, 디지털금융 정책도 수장의 공백 속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에 "유임이든 교체든 빨리 정해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의 공백은 결국 시장의 혼돈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금융소비자의 몫이 된다. 정부가 원하는 금융 정책을 실현할 인물을 하루 빨리 발굴, 임명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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