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사진=뉴스1 김영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 지난 4일 공식 발효된 대규모 감세법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으로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액이 약 19억5508만달러(약 2조7200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0일 '미국 트럼프 대규모 감세법의 자동차·배터리 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OBBBA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시행 중이던 다수의 청정에너지 지원 정책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친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오는 9월 말 조기 종료된다. 전기차 세액공제는 당초 IRA 시행에 따라 2032년 말까지 적용될 예정이었다.

미국 싱크탱크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세액공제가 전면 종료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제조사의 판매량은 최대 3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시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내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000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매출로 따지면 약 19억5508만달러(약 2조7200억원)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전기차 시장 확대를 목표로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에 약 80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1월부터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5개 차종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OBBBA 발효로 '투자 회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 전기차 세액공제는 단순한 전기차 구매 촉진책이 아니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 ▲배터리 부품 구성 비율 요건 ▲공급망 요건 등을 통해 공급망 재편을 유도하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됐다.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생산 거점의 72% 이상을 완성차 생산 업체와의 합작 형태로 추진했다. 하지만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에 따른 수요 위축 시 가동률 저하와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한경협은 밝혔다.

한경협은 OBBBA 발효로 전기차 보조금 감소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가첨단전략산업기금 신속 조성·지원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연구·인력 개발비 직접환급 도입 ▲공급망안정화기금 조성기간 연장·재원 확보 방식 확대 등 정책 기금과 세제 혜택 등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불확실한 글로벌 정책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의 안정적 생산 기반 유지와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선제적 재정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