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계와 개편안/그래픽=김은옥 기
국정기획위원회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발표에 장고를 거듭하면서 금융당국이 혼란에 빠졌다.

금융감독원 실무 직원 1500여명은 금융감독원 '쪼개기'에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10여명이 긴급 정책 토론회를 열고 금융당국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관련 긴급 정책 토론회'를 열고 감독체계 개편을 촉구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와 전성인 전 홍익대 교수(전 한국금융학회장)는 금융감독체계 개편론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분리 및 소비자보호기구 독립을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감원장을 지낸 윤석헌·최흥식 전 원장도 '금융정책·감독'의 분리를 강조했다. 정부가 금융회사의 감독 권한을 가져 '관치금융'이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윤석헌 전 원장은 "금융사들이 정부의 규제와 보호에 안주한 결과 주택담보대출만 공급하고 올바른 '중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금융사들이 역할을 제대로 해야 새 정부의 경제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남근 의원은 금융산업정책과 감독 기능이 혼재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권한 중첩과 책임회피 문제가 고질적으로 반복됐다"며 "정부로부터 독립뿐 아니라 이해관계자로부터 중립성까지 확보하는 새로운 금융감독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영 부위원장 승진에 금융위 존치론… 국정위, 신중모드
국정위는 정부조직 개편을 위한 금융당국 체계 개편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재부를 예산처와 재경부로 분리하고 금융위 정책기능을 떼내 재경부에 이관하는 조직개편이 거론된다. 금융위의 감독기능은 금감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를 부활시키고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독립시켜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변수는 해체 위기에 놓인 금융위의 기류 변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권대영 당시 사무처장을 소개하며 "부동산 대출 제한 조치를 만든 분"이라며 "잘했다"고 공개 칭찬했다.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는 대출 규제의 성과를 언급하며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칭찬했고, 지난 20일에는 권대영 사무처장을 차관급 부위원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금융위는 조직개편 관련 발언을 최소화하고 새 정부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권대영 부위원장 역시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직개편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제가 답하기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권 부위원장은 "금융위 직원들이 어려운 과정에서 밤낮 없이 출근해 주어진 숙제, 민생 회복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개인적으로 금융위의 DNA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은 (금융위가) 늘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금감원 내부에선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정위에 국장급 1명을 파견한 금융위와 달리 금감원은 인원을 보내지 못하면서 공식적인 의견 전달 창구도 없는 처지다.

금감원 73개 부서 직원 1539명은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하는 방향의 조직개편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국정위에 전달했다. 이들은 "금융회사 행위에 대한 감독·검사도 금융소비자 보호에 해당한다"면서 "진정한 금융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선 현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정위는 정부조직 개편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국정위가 업무기간 총 60일간의 절반을 소화한 가운데 국정과제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을 조직 개편은 신중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지난 21일 브리핑을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졌고 공약을 중심으로 한 큰 방향은 잡혔지만 세부 추진 과정에서 손질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대통령실과의 협의 과정에서 제기된 논점들을 태스크포스(TF) 차원에서 정리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차원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정리된 내용으로 대통령실 등과 협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