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에 가득 찼던 축구 팬들의 얼굴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노쇼 논란'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졌고 호날두는 '날강두'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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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최소 45분 출전"… 레전드 등장에 폭발한 팬심, 전석 매진━
해당 경기는 당시 호날두가 소속돼 있던 유벤투스의 방한 일정 중 가장 큰 이벤트였다. 주최사 '더페스타'는 경기 전 "호날두가 최소 45분 이상 뛴다"는 계약 조건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팬들은 국내에서 축구 레전드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에 열광했다. 티켓은 2시간만에 전석 매진됐다. 좌석 가격은 3만원부터 최고 40만원까지 형성됐으며 고가 좌석일수록 빠르게 매진됐다.
경기 하루 전 호날두는 "한국 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 한국 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겠다"며 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인터뷰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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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값 40만원, 호날두 등만 본 관객들… 법원 "위자료 지급해야"━
경기는 저녁 8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유벤투스 선수단은 약속된 시각보다 50분이나 늦게 경기장에 도착했다. 교통 대란으로 도착 시간이 연기된 탓이었다. 하지만 팬들이 가장 기다리던 호날두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팬들은 그가 후반전에 교체 출전할 것이라 기대하며 놀란 마음을 달랬다.그러나 경기장에 입장한 후 내내 벤치에만 앉아 있던 호날두는 후반 진행 중에도 출전은커녕 몸을 푸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가 호날두를 비추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반응은 곧 냉담한 야유로 바뀌었다. 일부 팬들은 "메시!"를 연호했고 사태를 인지한 일부 관중은 경기 도중 자리를 뜨기도 했다. 결국 호날두는 출전하지 않았고 그렇게 경기는 마무리됐다.
당시 유벤투스 감독은 "호날두가 근육 피로를 호소해 출전을 막았다"고 해명했지만 K리그 사무국과 주최 측은 "사전 고지 없는 출전 거부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이 사건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주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20년 11월 서울중앙지법은 162명의 원고에게 티켓 가격의 50%와 위자료 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호날두의 출전은 단순한 기대 수준이 아니라 계약상의 주요 조건이었다"며 "팬들은 경제적 손해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도 입었다"고 판단했다.
이듬해 8월에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4700명이 더페스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에 더페스타는 소를 취하한 일부 관중 등을 제외한 4730여명에게 약 8억6987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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