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토큰증권) 법안 논의가 국회에서 또 지연됐다. 지난 21일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오르며 관련 업계 기대감을 키웠으나 다뤄지지 못했다. 여야 대립, 의견 충돌 때문이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였다.

2년 전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의 발행 및 유통 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한 후, 그 해 21대 국회에서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국회 임기 만료에 따라 법안이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가 열리면서 지난해 10월 전자증권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까지 미뤄진 상황이다.


STO 법안은 드물게 여야, 정부, 업계 모두 혁신 과제로 인정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앞순위 법안 논의 지연'이라는 행정적 사유로 심사가 밀렸다. 빨라야 다음 달에 다시 논의될 수 있으나 이 또한 확언할 수는 없다. 국회는 디지털 금융 패권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입법의 첫 단추를 끼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희망을 접지 않는다. 논의 순번만 미뤄졌을 뿐 법안 자체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은 없어서다. 업계는 법안이 통과하는 즉시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 준비를 마쳤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달 '토큰증권 테스트베드 플랫폼'을 발표했다. STO 법제화에 대비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이다. 증권사, 조각투자사업자 등 업계는 STO 관련 업무 대비를 마무리한지 오래다.

이번 미국과 한국의 입법 과정을 지켜보며 각국이 혁신 과제를 입법화하는 속도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체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각)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내에서 규정하는 'GENIUS Act'(지니어스 법안)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불과 지난달 발의돼 같은 달 상원을 통과하고, 이어 17일 하원에서도 통과되며 단기간 내 입법 절차를 마쳤다. 단 한 달만에 통과된 미국의 사례는 한국의 STO 법안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게 만든다. 국가마다 입법 시스템은 다를 수 있으나, 정치 대응 속도는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STO 법안의 미비로 시장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다. STO가 디지털자산 법제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유효하다. 그러나 발목을 잡는 건 행정적 일정이다. 여야 합의만큼 중요한 건 '집행력'이다. 법안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업계의 바람대로 통과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예빈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