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응원하는 축구 팀 선발 명단을 내가 직접 정할 수 있다."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상상이 라오스리그 참파삭 아브닐FC에선 현실이 될 전망이다.
디제이매니지먼트는 25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 라오스 프로축구팀 참파삭 아브닐에 대한 설립 취지와 각오 등을 밝혔다.
디제이매니지먼트는 지난 4월 라오스 1부리그 참파삭 유나이티드 경영권을 인수하고 구단명을 참파삭 아브닐로 변경했다.
이후 사령탑에 김태영 감독 선임, 김신욱 1호 명예주주 선정, 한국 선수 영입 등 한국 축구를 덧입히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건 팀 철학이다. 이날 참파삭은 경기에 나설 선발 선수를 팬이 투표로 직접 뽑는 등 팬 베이스 팀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동준 디제이매니지먼트 대표는 "'세상에 없던 축구, 팬이 만드는 전설'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이라면서 "팬이 직접 구단 운영과 선발 선수 선정 등에 참가, 11명 중 6명은 김태영 감독이 뽑고 5명은 팬 투표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젊고 역동적 스포테인먼트 브랜드를 기반으로, 팬이 단순히 관람자가 아닌 운영자로 참여하는 혁신적 구단을 만들고 새 길을 열겠다"고 덧붙였다.
참파삭은 이를 위해 팬 전용 앱 플랫폼을 설치, 리그 기간 전체에 걸쳐 팬이 선수를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에서 선수 선발이 코칭스태프 권한임을 고려하면, 이는 눈길이 가는 시도다.
자신이 생각한 선수를 마음대로 선발에 내세울 수 없게 된 김태영 감독은 "팬들에게 더 가까이 가려는 구단 경영을 존중한다. 긍정적인 점에 더 집중하겠다"면서 "혁신적인 시도"라고 받아들였다.
이동준 대표는 "아이돌 시장에서 팬들이 투표로 유닛 선발을 결정하는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지금은 낯설어 보일 수 있지만, 선수가 아닌 '팬들과 어떻게 놀까'하는 생각에 부합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참파삭은 첫 시즌 라오스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2) 출전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있는데, 감독의 구상과 다른 선수가 출전할 수도 있는 혁신적 선발 시스템은 자칫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팀 컬러와 전술의 유지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태영 감독은 "훈련을 통해 기본적인 틀을 잘 만들어 놓을 생각이다. 현장에서 (팬 투표로 뽑은 선수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나름의 시뮬레이션도 생각하고 있다. 긍정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얻고 승점을 관리하는 경기를 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방안을 내놓았다.
참파삭에서 뛰게 된 한국인 수비수 유지성은 "용병으로 뛰는 만큼 선택받을 수 있도록 더 잘해야 한다. 경기장 안에서 증명해야 하는 것은 똑같기에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며 선수 입장에서의 견해도 냈다.
한편 참파삭은 팬 투표 등 팬 친화적 구단 운영을 통해 유니폼 판매 2만장 이상, 구단 운영 애플리케이션 가입자 1만명 이상, 이중 활성화 가입자 50% 등을 구체적 목표로 내걸었다.
김태영 감독을 포함한 참파삭 선수단은 27일 라오스 현지로 출국, 현지 라오스 선수 테스트 등을 완료한 뒤 30일 완전체 팀을 구성, 8월 16일 라오스리그 개막전에 돌입한다.
혁신적 팀 운영을 내걸고 야심 차게 출발한 참파삭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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