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재명의 시간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순간, 퍽!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주먹으로 맞은 줄 알았다. 그런데 대표가 뒤로 쓰러져 있었고, 목에서 피가 치솟고 있었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 곧바로 지혈했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사선을 넘어 돌아오다' 중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3년을 함께한 최장기 비서실장 천준호 의원이 '이재명의 시간'을 출간했다. 책은 검찰 수사·단식·테러·내란 정국 속에서 버텨낸 대통령의 뒷모습과 성장 과정을 기록한 '시대 증언록'이다.

2022년 8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 최종 결과 발표 직전 천준호 의원(서울 강북구갑)은 이재명 후보에게 전화를 받았다. "천 의원님, 저의 비서실장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두 사람의 긴밀한 인연은 이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됐다.


천 의원은 뜻밖의 제안이었지만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그는 "대선 후보였고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당대표였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그 후 그는 비서실장과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으며 대통령 곁에서 가장 가까이 위기와 결단을 지켜봤다. 책에서 저자는 이재명을 '국민의 도구'로 표현한다. 대통령직은 정치적 완성이 아니라, 성과를 국민에게 입증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자리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결하는 유능한 일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검찰공화국 시절의 압박과 악마화, 무혐의 이후에도 남는 낙인, 정치검찰의 수사방식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경기도청 상주 압수수색, 24일간의 단식투쟁, 두 차례의 체포동의안 표결, 암살 시도 현장 등은 생생한 묘사로 전해진다.


단식투쟁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지요. 가만히 있어도 어차피 죽습니다. 그러느니 죽을 각오를 하고 싸워야죠" ('이재명의 사즉생' 중에서) 그의 단식은 우리 정치사에서 야당 대표로서는 최장기록이었다. 종전 기록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정권에 맞서 벌인 23일이었다.

암살 시도 장면은 더욱 긴박하다. "순간, 퍽!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주먹으로 맞은 줄 알았다. 그런데 대표가 뒤로 쓰러져 있었고, 목에서 피가 치솟고 있었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 곧바로 지혈했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사선을 넘어 돌아오다' 중에서)

내란 선포와 계엄 상황에서 즉각 "국회로 모여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장면, 비판 세력과 식사하며 소통을 시도한 일화, 반전 매력을 드러낸 유머러스한 순간도 책에 담겼다.

천 의원은 "시련은 사람을 무너뜨리지 않고 성장시킨다”며 "가난한 소년공에서 대통령으로 성장한 이재명의 여정을 통해 위기 극복의 힘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어떤 사건의 의혹에 휘말리고 검찰 수사를 받으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 사이에 '이재명은 범죄자'라는 인식이 생겨버렸다"고 분석한 저자는 이 책이 선입견·편견·가짜뉴스로 형성된 장막을 걷는 소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 무대 뒤에서의 이재명의 표정과 말, 결정을 읽으며 한 정치인의 내밀한 시간을 엿볼 수 있다.

△ 이재명의 시간/ 천준호 지음/ 해피스토리/ 1만7000원.

이재명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