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2%포인트 기준금리 격차를 보이는 한국은행은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에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로 바꿀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물가가 3% 초반으로 내려오고 경기 반등세가 더딘 상황이지만 가계부채·원화 약세라는 부담에 선제 완화론과 동결론이 팽팽히 맞선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 시각)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2.7%)과 동일한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전월 대비 0.3% 각각 상승했다.
미국은 관세 영향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으로 7월 들어 근원지수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반등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지표에서는 장난감, 의류 등 수입 비중이 높은 일부 품목의 가격이 상승한 바 있다.
근원지수 반등에 따른 우려에도 불구하고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 수준에 머물면서 금융시장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4일 0.057%포인트 떨어져 2.421%로 내려앉았다. 지난 4월4일 0.68%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번 채권금리 급락은 미국발 금리 인하 기대를 촉매로 해 한은의 통화 완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비자물가 발표 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파월 의장을 '너무 늦은'(Too Late) 파월이라고 낮잡아 부르며 "그가 늘 너무 늦게만 움직여서 끼친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행히 경제 상황이 워낙 좋아서 파월과 자만심에 빠진 이사회(연준)를 뚫고 나갔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7월 CPI에서는 관세발 물가 압력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음이 재차 확인됐다"며 "대표적으로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상품 물가의 경우 7월 상승 폭이 전월과 같았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 오르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식·채권·가상화폐 시장 모두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라면서 "7월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인하 압박과 동시에 빅컷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연준, 기준금리 인하 시계 째깍째깍… 집값·성장세 반등 변수━
연준의 금리 인하 시계가 빨라지면서 한은의 8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 한은은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8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가 주목하는 정책 변수는 ▲수도권 집값 흐름 ▲가계부채 추이 ▲하반기 수출 전망 ▲내수 회복 속도 등이다.지난달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면서 금리 결정에 집값 상승세를 염두에 뒀다. 금통위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6·27 대책 이후 5주 연속 둔화했던 서울 집값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된 점은 부담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 폭(0.12→0.14%)이 확대됐다. 6주 만에 상승 전환이다.
하지만 수출과 내수 경기를 고려하면 인하 필요성이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성적은 안심할 수 없다. 상호관세 영향이 본격화되고 관세 유예 기간 동안 몰렸던 선수요 효과도 사라진다. 품목 관세의 부정적 영향도 있다. 민간소비는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등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물가와 환율도 안정권이다. 7월 소비자물가는 2.1% 상승하며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환율은 1일 1400원 돌파 이후 달러 약세에 연동되며 1380원대로 내려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6.27 가계부채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건설경기 부진, 미국 상호관세로 수출 여건이 악화된 상황을 감안해 한은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