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호 '백학도'(국가유산청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황제 부부의 침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봉황과 백학 그림이 일반에 공개된다.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박물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14일부터 10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창덕궁 내전의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을 장식했던 벽화 6점과 초본 1점이 공개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벽화 6점은 높이가 각각 180~214㎝, 너비가 각각 525~882㎝에 이르는 대작으로, 조선 왕실의 마지막 궁중 회화다. 1917년 당시 황위에서 물러난 순종(1874~1926)과 순정효황후(1894~1966)가 생활했던 창덕궁 내전이 화재로 소실된 후 1920년 재건되면서 이곳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됐다.

김규진 '총석정절경도'(국가유산청 제공)



박물관 관계자는 "6점의 벽화는 우리나라 근대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들이 그린 작품"이라며 "전통적인 궁중의 정교한 청록산수화풍을 따르면서도, 조선의 궁중 화가들과 달리 '근사'(謹寫) 즉 '삼가 그려 올린다'는 표현과 함께 그림에 자신의 이름을 남겨 화가로서의 개인성을 드러낸 근대적인 면모가 함께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벽화들은 100여 년 동안 내전에 그대로 설치돼 있었으나, 세월의 풍파에 따라 보존 처리와 안전한 관리가 필요해졌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벽화들을 떼어내 2014년 대조전 벽화, 2016년 희정당 벽화, 2023년 경훈각 벽화의 보존 처리를 마쳤다. 현재 벽화 원본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 중이며, 창덕궁 내전 전각에는 모사도와 영인본을 설치했다.

전시는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순종의 접견실이었던 희정당의 벽화, 황제 부부의 침전인 대조전의 벽화, 서재 겸 휴식 공간이었던 경훈각의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상범 '삼선관파도'(국가유산청 제공)


해강 김규진(1868~1933)이 그린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를 비롯해, 정재 오일영(1890~1960)과 묵로 이용우(1902~1952)가 합작한 '봉황도', 이당 김은호(1892~1979)가 그린 '백학도', 심산 노수현(1899~1978)의 '조일선관도'와 청전 이상범(1897~1972)의 '삼선관파도'가 공개된다.

2부에서는 창덕궁 벽화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근사한 벽화, 다시 깨어나다'가 펼쳐진다. 금강산 절경, 봉황과 백학의 날갯짓, 영생을 누리는 신선의 세계를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실감 영상으로 재현했다.

전시 기간에는 매일 2회(오전 11시, 오후 3시) 도슨트의 전시해설을 들을 수 있다. 또 창덕궁 벽화를 주제로 한 전문가들의 '보고 만드는 창덕궁의 근사한 벽화' 등 체험활동도 진행된다.

'창덕궁의 근사한 벽화' 전시전 포스터(국가유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