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넥슨 사옥. /사진=양진원 기자
넥슨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출신 인사를 영입하며 대관(對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넥슨 대외총괄이사가 된 허남동 전 코빗 대외정책본부장은 업계에서 풍부한 정부·국회 네트워크를 갖춘 베테랑으로 꼽힌다. 넥슨그룹 지주사 NXC가 코빗 지분 약 45.6%를 보유해 이번 결정이 관심을 끈다.

넥슨과 코빗의 인연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김정주 창업주는 당시 약 912억5000만원을 투입해 코빗 지분 약 65%를 확보하며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코빗은 국내 거래소 순위에서 밀리며 거래량과 영향력이 줄었고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했다. 현재 NXC가 보유한 지분율은 약 45.6%로 줄었지만 여전히 주요 주주로서 경영에 관여한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코빗이 경영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넥슨이 이를 활용할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본다.


허 이사의 영입 배경에는김정욱 넥슨코리아 대표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기자 시절부터 허 본부장과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 이사는 과거 민주통합당 서종표 의원실에 몸 담았으며 김한길 민주당 대표 시절 보좌관으로 유명세를 탔다.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윤관석 의원실의 보좌관도 지냈다.

넥슨은 과거부터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지만 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넥슨 자회사 넥스페이스가 추진 중인 블록체인 프로젝트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MSU) 생태계의 핵심 프로젝트인 '메이플스토리 N'는 한때 시장 기대를 받으며 아랍에미레이트(UAE) 지사까지 만들었다.

최근 도미닉 장 넥스페이스 CBO(최고 브랜드 관리자) 겸 부사장이 퇴사하며 블록체인 사업은 동력이 약해졌다. 그가 자신의 뜻을 펼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넥슨의 대관 전략 강화는 가상자산 대응 차원을 넘어 현재 맞닥뜨린 다양한 경영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뿐 아니라 노동, 규제, 사회적 책임 등 다방면에서 민감한 사안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현실이 반영된 결정이다.

자회사 네오플의 노동조합원들은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위 수위가 높아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네오플 노조 문제는 단순한 사내 갈등이 아니라 게임업계 노동 이슈 전반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넥슨이 정부 및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노동 정책 전반을 재정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넥슨이 노사 갈등 관리에 있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노동시간 유연화, 플랫폼 노동자 보호, IT·게임업계 근로환경 개선 등이 정책 아젠다로 부상할 경우 네오플 사태는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창업주 사후 지속해서 불거지는 회사 매각에 따른 상속세 이슈도 예민한 사안이다. 텐센트 매입설이 불거진 가운데 상황을 유연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대관 역량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국부 유출 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