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시회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다'를 14일부터 11월 9일까지 덕수궁관에서 개최한다. 일제강점기부터 산업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고향'의 의미를 다시 음미하는 시간이다.
전시는 '고향'을 미술과 문학의 창작 원천으로 삼아 한국 근현대 풍경화, 시, 망명 가사 등에 비춰진 시대별 고향의 정서를 짚어본다. 일제강점기 '잃어버린 땅' 분단, 광복 이후 '되찾은 땅', 한국 전쟁 이후 '폐허가 된 땅', 분단 이후 '그리움의 땅'으로 변화하는 고향의 모습을 네 가지 주제로 구성해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과 개인 소장품 등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작품들을 대거 발굴해 보여준다. 근현대미술의 다양한 층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1부 '향토(鄕土) 빼앗긴 땅'에서는 일제강점기 우리 땅을 바라보던 복합적인 시선을 다룬다. 일본의 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조선을 평화로운 전원으로 묘사한 '향토색' 회화와 함께, 민족 정서를 담아 우리 땅의 고유한 색을 표현하려 했던 오지호, 김주경 등 지역 화가들의 풍경화를 조명한다. 또한, 이상화, 정지용, 백석 등 민족 저항시인들의 시와 독립운동가들의 만주망명 가사를 함께 전시하여 당시 문화예술에 내재된 고향 의식을 탐색한다.
2부 '애향(愛鄕) 찾은 땅'은 광복 이후 예술가들의 작품 속 '고향'을 살펴본다. 손일봉, 문신, 이응노,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자신의 고향을 모티브로 삼아 한국적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김환기, 유영국, 이응노 작품 세계의 근원이 '고향'에서 출발했음을 주목하며, 한국 근대미술에서 현대미술로의 전환점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을 제시한다.
3부 '실향(失鄕) 폐허의 땅'은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도시와 피폐해진 삶의 모습을 담은 풍경화를 전시한다. 이종무, 도상봉 등은 전쟁의 참상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남관은 추상 풍경화를 통해 전쟁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작가들은 비극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 풍경에 투영된 내면을 드러내며 전쟁의 기억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4부 '망향(望鄕) 그리움의 땅'은 분단 이후 실향의 아픔을 간직한 채 '그리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을 다룬다. 윤중식, 박성환, 최영림 등 실향민 작가들은 고향의 모습을 낙원과 같은 이상향으로 그려내며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했다. 이들은 창작미술협회, 구상전 등을 창립하며 그리움의 정서를 공유하고 공통된 예술 방향을 모색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예술가들이 고향을 어떻게 인식하고 표현했는지를 되짚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시대를 담아낸 예술가들의 시선을 통해 깊은 울림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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