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이지호 교수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서울아산병원 현직 의사가 수술실에서 익힌 해부학의 언어로 얼굴과 정체성을 다시 묻는 '얼굴의 인문학'을 펴냈다. 뼈를 다룬 해부학서는 많지만 얼굴뼈를 중심에 세워 인간의 욕망과 정체성을 추적한 대중 교양서가 드물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저자는 얼굴을 인간관계와 인식의 출발점으로 놓고, 얼굴뼈를 그 기반 구조물로 삼아 과학과 인간을 연결한다. 해골과 법의학, 영화와 대중문화의 사례들을 장면처럼 교차하면서 정체성과 미의 기준, 욕망의 계보를 얼굴뼈라는 프레임으로 읽어낸다.

책은 크게 세 가지의 주제로 짜였다. 먼저, 가장 단단하고 원초적인 얼굴뼈를 들여다봄으로써 얼굴이 지니는 정체성과 인간에 관해 탐구한다. 22개의 뼛조각이 퍼즐처럼 맞물려 형성하는 다양한 인간의 외모, 그리고 운명처럼 타고난 얼굴을 변화시키려는 인간의 노력을 조명한다.

저자는 해부학을 시험 과목이 아닌 환자를 살리는 언어로 다시 배웠다고 고백한다. 그는 구강암 재건과 외상 복원의 현장에서 길잡이가 된 해부학의 역할, 뒤틀린 구조물과 출혈 사이에서 지식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조건을 서늘하게 기록한다. 해부학은 여기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자, 인간을 이해하는 창으로 전환된다.


얼굴뼈는 퍼즐처럼 맞물린 22개 조각의 총합이다. 저자는 아래턱뼈와 위턱뼈, 치아와 양악수술의 쟁점을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아울러 안와의 형태, 뇌 용적, 턱뼈와 치아의 크기와 형태 같은 지표로 진화와 생활사를 읽는 법을 소개하고, 해골의 도상학과 문화사까지 확장한다.

치아에 검은 색 화장을하는 일본 여성


2장은 얼굴뼈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을 살펴본다. 혀와 점막, 잇몸과 신경, 그리고 얼굴이라는 공간. 먹고 말하고 감정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각 구성 요소가 어떻게 연결돼야 하는지 설명한다. 일상의 움직임이 남기는 압력과 스트레스, 그에 대응하는 생체 구조의 설계를 따라가면 얼굴뼈는 단순 골격이 아니라 기능과 감정의 무대임이 드러난다. 칫솔의 역사 같은 생활 밀착형 소제목도 실용적 맥락을 보완한다.

마지막 3장에서는 얼굴뼈가 문명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인간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골수염과 법의학, 도구와 재건으로 이어지는 소제목들은 문명이 얼굴을 어떻게 기록하고 환자를 어떻게 되돌려 놓는지 보여 준다. 대형 참사에서 법의학이 신원을 복원한 사례, 문화권마다 달라진 해골의 상징, 재건 수술의 윤리와 기술이 교차한다.

저자 이지호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다. 그가 하는 일은 이러한 얼굴뼈를 복원하며,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주는 것이다. '얼굴의 인문학'은 저자의 치밀한 해부학 지식과 유려한 문장, 그리고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웹툰을 통해 얼굴뼈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 얼굴의 인문학/ 이지호 지음/ 세종서적/ 1만 9000원

[신간] 얼굴의 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