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의 과도한 레버리지 서비스를 우려해 금융당국이이례적인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대여서비스가 일제히 중단 위기에 몰렸다./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대여서비스에 대해 이례적인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대여서비스가 일제히 중단 위기에 몰렸다. 빗썸의 과도한 레버리지 서비스가 발단이 됐지만, 레버리지 요소가 전혀 없는 업비트의 코인빌리기까지 중단 대상에 포함되면서 업계와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19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해 대여 서비스에 대한 행정지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머니S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계기는 빗썸의 '렌딩플러스' 서비스로 알려졌다.


빗썸의 가상자산 대여서비스는 6월 중순부터 한 달여 간 약 2만7600명이 1조5000억원 규모로 이용했으며 이 중 13%에 해당하는 3635명이 강제청산을 당했다. 레버리지를 통해 증폭된 위험이 실제 이용자 피해로 이어진 것.

금융당국은 빗썸에 여러 차례 구두로 개선을 요구했으나 빗썸은 레버리지 배율을 4배에서 2배로 낮추는 선에서 그쳤다. 레버리지 자체는 여전히 유지하면서 근본적인 위험 요소를 제거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문제는 빗썸의 무리한 영업으로 인해 업계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업비트의 '코인빌리기' 서비스는 레버리지 요소가 전혀 없는 단순 대여서비스임에도 이번 행정지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담보로 다른 종류의 코인을 빌려주는데 투자금액을 증폭시키는 레버리지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설명. 그럼에도 '가상자산 대여서비스'라는 이유로 일괄 중단 대상이 됐고, 비슷한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던 코인원과 코빗 등도 신규 서비스 개시를 전면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시장 하락기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잃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여서비스는 보유 자산을 활용해 추가 투자 기회를 잡거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투자 도구로 인식돼 왔기 때문.

한 가상자산 투자자는 "레버리지가 위험하다고 해서 모든 대여서비스를 중단시키는 것은 과도하다"며 "주식시장에서도 신용거래나 선물옵션 등 레버리지 상품이 있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레버리지 상품이 운영되고 있으며 투자자의 위험 감내 능력을 평가하고 적절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 상품 다양성을 확보해 왔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조치가 시장 성장을 저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도 성숙해지면서 이용자 보호 환경을 만들어 나가며 상품 다양성을 키워야 하는 시점"이라며 "빗썸 하나의 무리한 영업 때문에 시장 전체가 발목 잡히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가이드라인' 마련 전까지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여서비스 신규 영업을 중단하도록 행정지도를 한 상황이다. 다만 기존 대여서비스 계약에 따른 상환이나 만기 연장 등은 허용된다. 금융당국은 행정지도에도 신규영업을 계속할 경우 현장점검 등 감독상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이 언제 마련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실상의 영업 중단 조치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상품 다양성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