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핑계로 두 아들을 살해하고 아내를 죽음으로 내몬 가장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사진은 목포해경이 지난 6월2일 진도군 진도항에서 일가족 4명이 탑승했던 차량을 인양하는 모습. /사진=뉴스1
생활고를 핑계로 두 아들과 아내를 살해한 40대 가장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22일 뉴스1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지모씨(49)에 대한 변론 절차를 종결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지씨는 지난 6월1일 오전 1시12분쯤 전남 진도항 인근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해 아내와 고등학생인 두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씨는 카드사 등에 2억원 상당의 빚을 지고 경제난을 겪었다. 이에 아내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고 남겨진 자녀들이 부모 없이 힘든 생활을 이어갈 것을 예상해 자녀들까지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씨는 아내와 함께 수면제, 피로회복제를 준비해 가족 여행을 떠났다. 여행 이틀째인 지난 5월31일 저녁 자녀들에게 수면제를 희석한 피로회복제를 마시게 했다. 지씨는 다음 날 새벽 팽목항 인근으로 이동해 함께 수면제를 복용한 채 차를 운전해 바다로 돌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순간적인 공포감을 느낀 지씨는 열려 있던 운전석 창문을 통해 홀로 탈출했다. 그 사이 두 자녀와 아내는 바다에서 익사했다. 지씨는 육지로 올라온 뒤에도 별다른 구조 활동 없이 현장을 떠났고 광주로 도주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지씨는 재판에서 지인들의 탄원서와 선처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박 재판장은 "피고인은 바다에서 살겠다고 혼자 빠져나왔다. 능력이 안 되면 119에 신고라도 해서 가족들을 살리려고 했어야 되는 거 아니냐"며 "본인은 멀쩡히 살아 있으면서 선처를 바라는 것이냐"고 호통쳤다.

검찰은 "피해자인 두 아들은 학교를 마치고 가족여행에서 맛집을 찾아다니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피해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피고인이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시고 잠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면제를 탄 시점에 대해 "두 아들은 1층에서 라면을 먹고 있었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2층에서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고 있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들을 살해할 준비를 하는 것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최후 진술에서 발언권을 얻은 지씨는 "아이들에게 죄송하다. 제 잘못된 생각에 이렇게 됐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지씨 측 법률대리인은 "노동청의 임금체불 조사와 가족에 대해 잘못된 관념으로 벌어진 일이다. 선처를 바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달 19일 오후 2시 동일 법정에서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