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부여 쌍북리 일대에서 백제 사비기의 사찰 흔적을 보여주는 유물이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부여군과 함께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충남 부여 쌍북리 일대에서 '부여 관북리유적 18차 유구분포조사'를 실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소는 "쌍북리가 관북리와 함께 백제 사비기의 핵심지역이었음을 보여주는 성토층과 사찰 관련 유물이 확인돼, 이 지역에 사찰이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사비기는 백제가 수도를 사비(현 충남 부여)로 옮긴 뒤 맞이한 시기로, 백제의 최후 전성기에 해당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부소산 끝자락과 연접한 3-1구역(30,523㎡) 북쪽에서 풍화된 암반층 위에 인위적으로 약 1m 높이로 흙을 켜켜이 쌓은 성토층이 확인됐다. 이는 백제에서 왕궁 등 주요 건물을 세울 때 사용된 전형적인 수평성토 판축 기법으로, 이 일대에 중요 건축물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현재까지 부여에서는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에서만 확인된 기법이다.
또한 조사지역 남쪽과 부여여자고등학교 동편에서는 불탄 기와 조각과 함께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광배', 불상 몸이나 광배 등에 작게 표현된 부처인 '화불'과 옷자락 모양으로 추정되는 소조상(흙으로 빚은 인물상) 조각들이 다수 출토됐다.
특히 광배의 화염문(불꽃무늬) 테두리는 금니(금으로 만든 안료)를 사용해 그렸으며, 불상 또는 보살상의 옷자락은 안료를 사용해 채색한 것이 확인됐다. 연구소는 "삼국시대에 제작된 소조상에서 금니가 사용된 것은 처음 확인된 사례"라며 "당시 쌍북리 일대의 소조상 제작 기술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이번 조사 성과를 토대로 2026년 5월까지 쌍북리 전역에 대한 유구분포조사를 실시하고 유적 정비 방향을 수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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