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정비사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부동산신탁사들이 2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의 리스크 확대와 지방 분양시장 부진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수주 경쟁으로 신탁보수율도 낮아지며 신탁사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 재건축 14개 단지 중 8개 단지(1단지(우리자산신탁)·2·5단지(하나자산신탁)·9단지(한국자산신탁)·10단지(한국토지신탁)·11단지(한국자산신탁)·13단지(대신자산신탁)·14단지(KB부동산신탁))는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목동 3·4·6·7·8·12단지는 조합방식으로 진행한다.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으로 신탁사가 조합을 대신해 사업시행을 수주할 수 있게 되며 정비사업 경쟁이 본격화됐다. 신탁사들은 낮아진 보수에도 신규 사업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서울 여의도과 목동 등 굵직한 재건축 사업장에 신탁사가 대거 등장했지만 최근 주민들이 다시 조합 방식으로 철회하는 사례들도 생겨나고 있다. 목동7단지는 신탁방식을 검토했다가 주민 투표 결과 조합방식을 확정했다. 방배7구역도 논의 끝에 신탁방식을 철회했다.

목동7단지는 코람코자산신탁과 신탁사업을 검토했다가 주민 투표에서 70% 이상이 조합방식을 지지했다. 여의도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신탁방식과 조합방식 중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각 단지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준공·지방사업 리스크 직격탄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14개 대형 신탁사의 2분기 총 영업수익(매출)은 436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84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1195억원, 순손실 1343억원을 기록했다.


KB부동산신탁(-468억원) 교보자산신탁(-325억원) 무궁화신탁(-92억원) 코리아신탁·대신자산신탁(각 -39억원)이 적자를 기록했다. 순손실 기준 무궁화신탁(-447억원) KB부동산신탁(-305억원) 교보자산신탁(-246억원) 코리아신탁(-36억원) 등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책임준공형 신탁사업도 뇌관으로 지목된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중견건설업체를 대신해 금융회사인 신탁사가 준공을 보증하는 계약인데 이를 통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확보, 미분양 증가가 신탁사의 재무 건전성을 흔들었다. 신탁사가 미분양 리스크를 떠안으며 실적 악화의 요인이 됐다.

신탁업계는 정비사업의 수익성이 안정적인 상황에 더욱 치열하게 수주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책준사업과 지방사업 대비 리스크가 작은 정비사업의 경쟁이 심화돼 보수율이 더 낮아지고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탁보수율은 약 2~4%대에서 1~2%대로 내려갔다. 토지주 입장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있지만 분양수익에 따라 여전히 신탁사에는 최대 수백억대 매출이 확정된다.

전문가들은 단순 사업 대행을 넘어 속도 관리와 금융 조달, 리스크 통제 능력이 향후 신탁사의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금력 등에서 신탁사별 차이가 크다"며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서 신탁사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