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 역의 조여정 / '살인자 리포트'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종에 목이 마른 기자 선주(조여정 분)가 한 통의 연락을 받는다. 자신이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며 인터뷰를 요청해 온 의문의 남자는 어느 호텔의 스위트 룸으로 선주를 초대한다. 도청 장치를 귀에 장착한 선주는 아래층에서 대기 중인 연인이자 강력계 형사인 상우(김태한 분)의 조력 속에 인터뷰 준비를 마친다.

선주가 기다리는 2701호에 도착한 남자는 정신과 의사 이영훈(정성일 분)이다. 영훈은 일단 연쇄살인을 증명하라는 선주에게 자신의 살인 장면을 녹화한 영상들을 보여준다. 다채로운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죽인 영훈의 모습을 보고, 선주는 이유를 묻는다. 이에 영훈은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의료행위"라고 대답한다.

말이 되지 않는 영훈의 이야기에 선주는 방을 나가려고 하지만 "기자님이 이 방을 나가는 순간 그 사람은 죽는다"는 영훈의 말에 발목이 잡히고 만다. 앞서 영훈은 선주가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면 또 한 번의 살인을 저지르겠다고 경고했었기에, 선주는 쉽사리 방을 떠나지 못하고 다시 인터뷰를 이어간다.


영훈은 자신의 슬픈 과거를 밝힌다. 지하 주차장에서 성폭행당한 임신한 아내가 정신적 어려움을 겪다, 결국 아기와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였다. 아내와 아기를 잃은 후 폐인처럼 살던 그는 자신처럼 파렴치한 범죄로 인해 가정을 잃은 환자를 돕기 위해 첫 사건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의사로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얻었다.

'살인자 리포트' 스틸 컷


양훈 역의 정성일 / '살인자 리포트' 스틸 컷


'살인자 리포트'는 영화의 많은 부분을 선주와 영훈의 대화로 끌어가는 작품이다. 자신이 살인했다고 주장하는 남자와 특종을 위해 위험한 인물과 단둘이 앉아 인터뷰를 진행하는 기자. 두 사람이 주고받는 심리 게임이 영화를 끌어가는 주요 흥미 요소다. 이 심리 게임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따져보면 '절반의 성공'이라 표현할 수 있다.

영화의 강렬한 초반부와 의외의 지점들이 드러나는 후반부의 이야기들이 전체를 긴장감 있게 끌고 나가나 아쉬운 지점도 없지 않다. 특히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지는 중반부는 지지부진한 느낌을 준다. 이는 두 주인공이 가진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데서 오는 지루함이다. 애초 영화는 영훈에게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부여하는데,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선주의 캐릭터가 약해지며 서스펜스의 밀도가 낮아진다.

아쉬움을 채우는 것은 조여정과 정성일,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이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정성일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듯한 캐릭터로 보는 이들을 쥐락펴락한다. 그가 연기한 영훈은 '더 글로리' 속 '나이스한 개새끼'의 연장선에 있는 듯한 인물이라 반가움을 준다. 이제는 '스릴러 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조여정은 스릴러에 어울리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연기해 냈다. 상영 시간은 107분이다. 오는 9월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