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영향 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1심 판결의 84.8%가 중소기업에 집중됐다.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각각 12.1%, 3.0%의 판결이 내려졌다.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은 중소기업이 0.22로 중견·대기업(0.12)보다 약 1.8배 높았으나, 기소율은 각각 7배, 28배 수준으로 크게 벌어졌다.
2022년 1월27일 시행된 중처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대기업의 경우 컨설팅 등을 통해 중처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형식적으로나마 준수했거나 법무법인 자문을 통해 수사 단계에서 적극 법적 대응에 나서 기소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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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3년… 중소 건설업계 '이중고'━
건설업에서 중대재해 발생 비중이 가장 높은 만큼 법 위반에 취약한 중소 건설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중대재해 사망사고 553건 중 49.2%(272건)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올 상반기에도 전체 중대재해 사망자(278명) 중 건설업 종사자가 절반(49.6%·138명)에 가깝다.중처법 시행 이후 법원 판결을 보면 중소 건설업체 타격이 현실화돼 주목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에 따르면 지난 3월17일까지 판결이 선고된 37건의 중처법 위반 사건 중 53.6%(15건)를 건설업이 차지했다. 유죄 판결 33건에서 중소 건설업체 사건 비율은 45.5%로 절반에 육박했다.
중소 건설현장은 안전인력과 예산, 관리 역량의 한계로 법이 요구하는 수준의 안전보건체계를 구축·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중대재해는 50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통상 100억원 미만 공사에는 작은 전문건설업체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견·대형 건설업체보다 사고의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현장 사망자는 지난해 기준 50억원 미만 현장이 50억원 이상 현장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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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미만 현장 사고 집중"… 규모별 안전관리 필요성━
그럼에도 형사 책임에서 대형 현장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 영세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법적 대응이나 안전관리 및 조직 측면에서 대기업에 비해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며 "대기업과 동일한 기준의 규제를 적용받아 중처법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처법을 비롯해 건설안전특별법, 노란봉투법 등의 하위 법령이나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중소 업계의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업종별·규모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호 건정연 선임연구위원은 "대형사는 자본과 인력이 있어 제도를 이행할 수 있지만 영세업체는 여건상 동일한 기준을 지키기 어렵다"며 "업종과 규모에 맞는 안전보건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제도가 빠르게 재정비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보다 소송 대응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동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무죄 판결 4건 중 3건은 대형 로펌을 선임한 사건"이라며 "대형 로펌을 선임하면 무죄 가능성이 높아져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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