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에 의해 체포·구금됐던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HL-GA' 건설 현장 근로자 약 300명이 곧 석방될 예정이다.
한미 간 석방 교섭이 마무리된 가운데 정부는 미국 내 행정적 절차가 끝나는 대로 우리 국민들을 전세기로 일괄 귀국시킬 계획이다. 현재 외교부는 구금된 우리 국민 전원이 조기 귀국할 수 있도록 세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산업계 파장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공사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2023년 약 6조원을 투자해 착공, 연내 완공돼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등을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직원들이 체포된 이후 추가 인력 현지 파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사태 핵심이 비자에 있는 만큼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섣불리 재개하기는 어렵단 관측이다. 체포·구금 조치 대상자들은 취업 활동이 금지되는 전자여행허가 이스타(ESTA)나 단기 상용비자인 B-1 비자 등을 통해 건설 현장에 투입됐다. 전임 행정부는 양국 이익을 고려해 취업 외 피자를 통한 현지 근무를 사실상 용인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완전히 다르단 평가다.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인 다른 기업들도 비상이다. 이들 또한 미국 공장 건설 현장 인력 상당수가 이스타(ESTA) 혹은 단기 상용비자 B-1을 통한 파견 인력이라서다. 현재 혼란에 빠진 국내 기업들은 해당 비자로 현지에 있는 인력들을 다시 입국시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을 한국에 불러들인 이후도 문제다. 한국 기술 인력을 합법적으로 파견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비자 발급 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해서다. 실제로 전문직 종사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비이민·취업 목적의 H-1B 비자는 추첨제로 선발되는데, 대상자가 되더라도 발급까지 수개월이 소요되고 발급 개수도 제한된다.
현지 숙련 인력 고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제조·건설 현장의 숙련공 자체가 부족한 데다가, 한국인 근로자 대비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관련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별도의 교육과 훈련, 적응 기간이 필요해 공사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 평소 현지 공장 투자를 장려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 매우 역설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조지아주 공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 제조업 강화를 뒷받침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장소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미국 현지 언론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모순된 행동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급습이 양국 관세 협상 세부 사항이 조율되는 민감한 시기에 발생해 대미 투자에 나서는 한국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투자를 장려하면서도 비자 할당을 대폭 축소해 공장 건설 기술자 고용을 어렵게 만든다고도 봤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규모 대미 투자를 결정한 기업 공장을 대상으로 불법 체류자의 원상인 듯한 인상을 준 건 매우 유감이고 당혹스러운 일"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거래의 가치를 내세워서 양국 국민의 노동력과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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